우리나라는 호주와의 FTA를 정식 서명했다. 우리나라의 48번째 FTA 체결국가다. GDP 2조 7천억 달러 규모의 거대 교역시장이 탄생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앤드류 롭 호주 통상투자장관은 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토니 에벗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호주 FTA에 공식 서명했다. 지난 2009년부터 양국은 7차례 공식협상 끝에 지난해 12월 한-호주 FTA 타결을 선언했고 지난 2월10일에는 영문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2006년 12월 FTA 공동연구에 합의하며 첫발을 뗀 이래 7년 4개월 만이다.
이번 협정에 따라 양국은 협정 발효후 10년내에 현재 교역중인 대다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호주는 대부분의 품목에 대한 관세를 5년내에 없앨 예정이다. 한국은 자동차·일반기계·가전제품, 호주는 쇠고기·낙농제품·에너지연료 등을 중심으로 수출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우선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대(對)호주 수출품목인 1천∼1천500㏄ 휘발유 소형차와 1천500∼3천㏄급 휘발유 중형차 등 주력품목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나머지 승용차는 3년안에 철폐한다. 또한 자동차부품에서 관세율이 5%인 타이어는 즉시, 기어박스·차체부품·제동장치·완충기 등은 3년내 철폐할 예정이다. TV·냉장고·세탁기·건설중장비·섬유기계 관세가 즉시 철폐되며, 냉연강판·열연강판·도금강판 등 철강 및 석유화학 품목들도 즉시 철폐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번 FTA의 최대 수혜품목은 전체 수출의 20.5%를 차지하는 자동차다. 한국무역협회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이 2016∼2017년에 호주 내 생산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호주의 완성차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FTA가 10%대에서 정체된 국산차의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는 우리 측에서 가장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산품의 민감성을 반영해 상당부분 양보했다. 쌀·과실류 등 169개 품목(세번)은 양허 제외, 오렌지·포도 등 12개 품목은 계절관세, 509개 품목은 10년내 관세 철폐에 합의했다. 특히, 쇠고기는 현재 40% 관세율이 매년 약 2.6%씩 낮아져 15년차에는 관세가 완전히 사라진다. FTA가 내년 발효된다고 가정하면 2030년께는 호주산 쇠고기가 무관세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대신 자원·에너지 부문은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호주는 원유와 가스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최대 자원 및 광물 수입국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는 호주로부터 전체 철광의 72%, 석탄의 44%, 알루미늄광의 77%, 아연광의 20%를 들여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호주로부터의 철광석 수입을 감안할 때 우리의 주력산업인 철강산업과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을 통해 국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있도록 했고 역외가공지역을 도입 개성공단을 해당지역으로 명시해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혜택을 보게 됐다. 호주 정부조달에 대한 시장접근을 허용해 우리 기업이 호주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조달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양국 통상 장관의 정식 서명으로 한·호주 FTA는 각 의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는 절차만 남겨뒀지만 이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캐나다에 이어 호주까지 농축산업 대국과의 잇따른 FTA로 어느 때보다 농민들의 우려가 크다. 관련업계에 타격을 준다는 우려 또한 크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농축산물의 피해를 최소화기 위한 대책을 서두르기로 했다.
이번 FTA 서명으로 우리나라의 GDP 기준 FTA 경제영토는 전 세계 57.3%로 커졌다. 세계 12대 경제대국인 호주는 작년 기준 우리나라와의 교역액이 303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 7만 달러의 탄탄한 내수시장을 보유해 교역 확대 잠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