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이 중국 기독교 양회 지도자들과 양국 기독교 성장 및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동반자적 인식을 갖고 본격적인 교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6월 '한·중 기독교교류회' 설립을 앞두고 한국측 준비위원 전체 세미나가 7일 오전 10시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교단, 연합단체, 신학교 관계자 등 총 30여 명이 참석해 양국 기독교의 협력 방안을 고민하고 한·중 기독교교류회의 필요성 및 방향성 등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이날 30여 명의 한국 교회, 교단, 신학교, 선교단체 지도자들이 한중 기독교의 동반 성장을 위해 기도했다.   ©이지희 기자

 건전한 삼자교회로 발전 위해 양국교회 협력

지난 2003년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중국 기독교 양회인 중국기독교협회,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 지도자들은 양국 교회의 건강한 성장과 건전한 신학교류를 위해 '한·중 기독교 정황 교류회'를 중국 상해에서 개최했다. 이후 2006년까지 매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총 4차례 모임이 열렸다. 그 동안 양국 기독교 지도자들은 현대신학 동향, 교회 성장, 신학교육과 기독교육 교류 방안, 이단사이비 대처 등을 논하며 한중 교회가 '세계 복음화를 위한 동역자'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지난 2월 양국 기독교 지도자들은 2006년 이후 중단된 교류회를 다시 열기로 합의하고, 오는 6월 14일부터 19일까지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제5차 한·중 기독교교류회 설립 및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를 위해 한국측에서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대표회장 박종순 목사를 중심으로 각 교단, 연합단체, 신학교, 선교단체 등이 참여하며, 중국측에서는 중국 양회 임원, 21개 주요 신학교 총장 등 공식적인 중국 기독교계 대표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이번 기회에 양국 기독교 상황을 나누고 기독교 동반 성장의 활로를 찾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한·중 기독교교류회 한국측 대표회장 박종순 목사   ©이지희 기자

특히 중국측 대표단은 중국 정부의 국가종교사무국의 지도하에 참여하는 등 향후 교류회는 중국 기독교가 자신들의 입장을 한국 기독교에 전하는 공식 채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의 정치적, 종교적 상황을 반영하여 중국교회와 동반자 관계에서 함께 성장 방향을 모색하는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990년대 초반부터 중국 종교국과 양회 지도자와 친분을 쌓아왔으며 교류회 설립에 중심 역할을 한 박종순 목사는 "그 동안 한국에서 개인, 단체별로 해 온 중국선교가 아니라 범 교회, 범 교단 대표들이 연합하여 국가와 국가 간 기독교 교류를 하기 위해 이번 교류회를 설립했다"며 "한국과 중국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서로 배우고, 힘을 모으면 동반 성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선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측 기독교 공식 채널 원해…사역 변화 가져올까

한편 교류회 관계자는 "우리가 가정교회와 비공식 선교사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에 비공식 선교사를 위한 입장을 대변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공식 교류를 통해 중국 기독교 지도자들 가운데 한국교회와 좋은 관계로 교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비공식 선교사에 대해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측에서도 중국 내 한국 선교사들이 문제되지 않도록 교류회가 중재 역할을 하길 바라는 기대가 있다"며 "우리도 중국 내 한국선교사를 보호할 장치가 전혀 없는 가운데 이런 교류를 통해 양국 기독교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양국 협력을 통해 삼자교회가 건강해진다면 자연스럽게 삼자교회와 가정교회가 하나될 수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일단 삼자교회가 건전한 기독교가 되도록 동반자적 협력 관계 속에서 돕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지사지' 자세로 한중 교회 협력해야

이날 한·중 기독교교류회의 역사에 대해 강연한 한정국 목사는 "한국교회가 세계선교를 전개할 때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는 중국교회와의 동역을 위해 이번 교류회가 중요하다"며 "2003년부터 KWMA가 주도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협력하여 명실공히 한국교회와 선교계가 연합한 교류회"라고 소개했다. 한 목사는 "선교적 측면에서도 양국 교회가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하면,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 선교에 대한 부분도 유화적으로 대처하여 지금 선교사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중 기독교교류회 방향에 대한 발제한 박봉수 상도중앙교회 목사는 "한중 양국 기독교가 무엇보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 이해하고, 깊이 있게 교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 사이의 기독교 교류는 혼란을 거듭해 왔다"며 "조선족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동북 3성에서의 한국교회의 사역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 민족정책, 종교정책에 위배된다고 보고 '한국 기독교의 침투'로 인식했고 중국 가정교회 사역은 중국 민주화를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중 기독교교류회 준비위원 세미나에서 강연한 한정국 목사, 박봉수 목사, 이영훈 목사(왼쪽부터)   ©이지희 기자

박 목사는 중국의 기독교를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핵심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전래의 뿌리를 7세기 경교로 보는 방대한 역사, 아편전쟁 이후 열강의 분할 점령과 맞물려 기독교를 중국 침탈의 앞잡이 및 외래종교로 인식하게 된 점, 중국 기독교를 제국주의에서 독립적이고 토착화하여 사회주의 중국 건설에 기여시키려는 정부의 '독립반교 정책', 뿌리깊은 중화주의 등을 들었다.

그는 "중국 기독교는 그야말로 독자적인 중국식 기독교 형태를 추구하여 이해하기 힘들다"며 중국 기독교 발전을 위해 △중국 교역자 및 기독교 지도자 양성 협력 △'한어신학'이라는 일반대학 기독교 연구보다 발전이 더딘 중국 신학의 발전 지원 △빈부격차 등 사회적 문제 해결 위한 중국교회의 대사회적 활동 지원 △정례 목회실천세미나 및 목회자연수프로그램 등을 통한 목회 발전 경험의 나눔 등을 협력방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그는 "중국은 종교와 사회봉사 및 교육을 엄격히 구분해 중국교회는 사회봉사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했다"며 "중국 종교사무국은 한국 기독교가 대사회 봉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중국 기독교도 한국 기독교의 이런 점을 배워 중국 내 어렵고 그늘진 곳을 위해 사회봉사를 실천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한·중 기독교교류회를 후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그는 덧붙였다.

박 목사는 마지막으로 "한중 기독교는 아시아적 신학 설립, 세계선교에 대한 협력, 세계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한 협력, 세계 평화와 발전에 동반 기여 등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 통제 안에서 지혜로운 사역 전략 필요

중국 본토의 가정교회와 삼자교회를 포함해 전세계 화교 디아스포라 등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중국사역에 참여해 온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목사는 이날 '중국 선교 상황에 대한 이해'라는 발제에서 "중국 기독교 지도자들 안에 한국교회가 비공식적 선교를 하는 바람에 통제가 어려우며, 지하교회 사역으로 이단이 들어와도 막을 길이 없고 올바른 신학 교육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인식이 있다"며 "그러나 그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이야기하면 신학교육의 부재와 신학교수 부족을 인정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기독교와 서로 윈윈(win-win, 상생)하려면 비공식 선교사를 다 내보내야 한다고 보고 대대적 선교사 추방이 시작됐다"며 "앞으로도 선교사 추방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대신 정식으로 양회와 협력해 공식 채널을 통해 선교사가 들어오면 종교비자를 주겠다고 말한다. 사역도 모두 공개적으로 하되 비공식적으로는 어떤 행위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이것은 중국 정부가 통제, 조절할 수 있는 중국 기독교를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이 해 온 중국선교전략이 전반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계속 선교사가 추방되고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앞으로 교류회가 중국교회의 사회구원 참여, 아시아권 부흥을 위한 화교 기독교인과의 협력에 힘쓰고, 나아가 한국과 중국, 일본의 기독교 지도자 모임으로 발전해 아시아와 세계교회 선교 부흥과 연합에 공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령의 역사로 양국교회가 하나되는 데 힘쓰고 중국 사람이 중요시 여기는 관계를 잘 형성해야 할 것"이라며 "시진핑 정부의 종교 정책 안에서 한중 기독교가 협력 동반자로서 함께 발전해 나가길 소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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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독교교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