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종 목사

"현재 대한민국의 주된 이슈인 공동체 붕괴, 소외의 문제, 청소년 일탈, 진로지도, 일자리 만들기 등의 문제를 사회적 일자리와 연계해서 풀어갈 수 있습니다. 이 일을 위한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이 있으니, 청년 사역자들도 얼마든지 기획하고 연구, 도전하면 좋겠습니다."

희망사업단 대표이자 연세대 언더우드학원선교센터 연구원인 유명종 목사는 3일 학원선교 사역을 다시 활성화하려면 "시대 변화에 뒤따르는 사역이 아니라 시대적 필요를 보고 앞서 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1974년 로잔언약에서 다룬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학원선교 사역자와 학생들의 헌신이 사회적으로 단절되고 게토화된 '제자'를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섬기는 리더십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시대 흐름에 따른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선교 접근'을 위해 BAM(Business as Mission)에 근거한 글로벌 창업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KOICA) 등은 제3세계, 특히 아시아 지역을 위해 많은 자금을 들여 무상원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선교지역인 아시아 선교 비전을 갖고 이 프로젝트에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사회와 대학가 변화...학원선교에도 영향

언더우드학원선교센터가 3일 연세대 루스채플 원일한홀에서 개최한 2014 학원선교세미나 세 번째 강좌에서 유명종 목사는 '대학의 변천에 비추어 본 학원선교의 현황과 쟁점'을 주제로 강의했다. 1993년 대학에 입학한 후 올해로 21년째 캠퍼스 현장에 있는 그는 "우리가 직면하는 대학과 사회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가 오늘 학원선교 현장에도 미치고 있다"며 "현재 복음적 기독학생 선교 운동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유 목사는 "이런 상황은 결국 '물근원'으로 지칭되는 대학에서 새 시대를 열어갈 기독교 지도력을 배출하지 못한 것에도 한 원인이 있다"며 "이제라도 학원선교 사역자들과 단체는 총체적인 위기국면을 심도 있게 고찰하여,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역량을 집결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0년대는 복음주의 학생선교단체의 호황기

유명종 목사는 1990년대 초를 학력고사 시대가 끝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제도적 변화,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 함께 신세대, X세대 등의 용어 등장,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의 등장 등으로 인해 중요한 변화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입 정책의 변화와 문화적 자유주의의 등장으로 대학생의 고유한 문화적 영역이었던 학생운동과 캠퍼스 공동체성이 점점 허물어지기 시작한 원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과'별로 모집된 대학에서 선후배 간 돈독한 공동체 정신과 정체성을 형성해 대학생이 중심이 된 사역을 진행할 토양이 형성되어 있던 시기"라고 분석했다. 특히 "학생운동권이 쇠퇴 국면에 접어들면서 복음주의 학생선교단체는 호황기를 누렸다"며 "1994년부터 1997년 당시 연세대 유일의 복음주의 중앙동아리 IVF는 신입생만 1백여 명씩 몰려들고 기존 회원이 2백 명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학부제 도입과 IMF 구제금융의 영향

그는 1996년 학부제 도입으로 대학문화에 제도적 충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동안 '과'를 중심으로 '단과대'가 하나의 기본적인 공동체 문화를 형성했다면, 이후에는 국문, 중문, 영문, 심리학과가 인문학부로 묶이는 등 학생들은 대학에서 또 한번 전공 선택을 위한 경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로 인해 1학년들이 공부를 하면서 학생운동의 동력은 급속히 약화되었고, 선교단체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때문에 선교단체 출신은 술 먹거나 놀지 않고 공부하는 모범생이라는 인식과 95학번 이전과 96학번 이후는 선후배라는 전통 공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3일 2014 학원선교세미나에 참석한 학생선교 사역자 및 학생 대표들.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20년 간 장기호황이 막을 내린 1998년에는 IMF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 폭락, 수십 개의 금융회사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업자 속출 등이 이어졌다. 그는 "취업전쟁이 시작되면서 대학사회의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99년은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와 공포가 교차하던 시기였고, 대입정책이 수 차례 바뀌며 사교육이 공교육을 밀어내고, 선행학습으로 청소년 공동체가 급속히 '사막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외고, 과학고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전쟁이 시작되면서 청소년 사역이 어려움을 겪었고, 취업전쟁의 장으로 변한 대학에서는 공무원, 공기업 등이 고시와 함께 유력한 대안직업으로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2002년 월드컵, IMF의 그늘과 글로벌 위기

IMF를 딛고 재기한 자신감과 시민의 힘을 보여준 2002년 월드컵이 있었고, 아름다운 가게 등 생활문화형 NGO를 형성하며 한국사회의 다양성, 선진화를 기대하며 통일시대를 꿈꾸는 시기였다. 하지만 그는 "다른 면에서는 이념논쟁, 보수세력의 단결, 주류 대형교단의 보수 정치 선동 등은 2030세대에 반기독교 정서를 갖게 했고 10대 젊은이들은 더 이상 기독교에 매력을 느끼지 않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류의 시작은 젊은이들이 대중문화와 세속화 물결에 그대로 잠기게 돼 전통적 경건운동과 기독학생운동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IMF 이후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경제적 격차'와 90년대 학번들의 '청년실업 1세대'의 태동, 학자금 대출로 인한 대학생 채무자 급증 등은 학원선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대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학원선교 현장 사역자들은 거의 생존 역량을 잃고 3~5년 버티다 신대원, 유학 등의 길로 떠났다"며 "남은 선교단체 사역자는 경쟁력, 현실 상황 등에서 과거에 비해 너무도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양극화를 부각시켰고, 경제의 어려움으로 대학사회는 취업과 생존 전쟁터로 바뀌었다"며 "저출산, 10대 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조정, 모자란 정원을 제3세계 유학생들이 채우며 대학의 글로벌화 등이 전개되면서 더 이상 기존의 선교전략이나 정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그는 말했다. "스마트폰, SNS을 통한 소통과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파편화되고 교제와 나눔도 스마트폰으로 귀속됐다"고 덧붙였다.

시대 상황에 맞는 학원선교, 어떻게 해야될까

그는 "사회 변화의 흐름을 교회는 거스르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하는 모습으로 보수의 정체성마저 사라지고 있다"며 "정체성을 잃은 복음은 세속주의로 변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목사는 1990년대 후반 해외 파송선교단체의 핵심 논의 중 하나인 '총체적 선교' 개념을 가지고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전통적인 교회개척과 목사 선교사 파송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선교현장에 접근하자는 BAM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되는 공적 재원 등을 활용한 '대안적 창업'에 청년 사역자들이 적극 연구하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흐름을 읽고 '선교와 복음화'라는 내용을 간직한 채 새로운 학원선교의 물줄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한 학원선교 사역자는 "현재 캠퍼스 환경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이해하고, 시대와 사회가 젊은 청년들의 영혼을 어떻게 사로잡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구체적인 기도제목을 발견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지속 가능한 학원선교를 위해 지역교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유학생선교단체 자스타(JASTA)의 마르다 간사는 "한국의 학원선교의 흐름을 접한 좋은 기회였다"며 "각 단체마다 비전과 사역 방식, 색깔이 달라 연합이 어렵지만, 하나님은 연합을 기뻐하시고 연합할 때 큰 힘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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