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예금 중 가계비중이 늘어나면서 올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금융위기 전이 2007년 10월 이후 7년 만이다. 경기회복세를 체검하기 못하는 가계의 현실을 반영한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국내 예금은행의 총 예금 1008조9300억원 가운데 가계의 예금은 약 507조2100억원으로 50.3%를 차지했다. 이같은 50%를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0월(50.6%) 이후 처음이다.
가계 예금 비중은 2001년에 은행 전체 예금의 60%를 수준이었다. 그러다 펀드와 저축성보험 등 새로운 금융상품이 생기고 집값이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저축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1년에는 4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가계가 경기회복세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데다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을 예금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의 투자처로서 예금 비중을 낮추는데 역할을 했던 부동산 및 주식투자 상황이 좋지 않아 저금리임에도 은행권에 자금이 쏠렸다.
지난해 가계의 입출식 예금과 예·적금을 보면 모두 기업 예금의 증가세를 넘어선다. 가계의 저축성 예금은 작년 말 기준 459조7천400억원으로 전년 (435조9천300억원)보다 23조8천100억원(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의 저축성 예금 증가세(4조8천억원·1.8%)보다 높다. 요구불 예금도 가계가 41조9천600억원으로 전년(34조8천600억원)보다 7조1천억원(20.3%)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기업의 요구불 예금 증가세(2조9천800억원·7.8%)를 크게 웃돌았다. 2001년 21.3% 증가한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21.4%에서 지난해 26.7%로 늘었다. 이처럼 투자처를 잃은 가계부동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들이 단기·소액 예금에 높은 이자를 주는 입출식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을 늘려 수익성 악화를 타개한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자금이 은행에 몰리는 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라며 "소비심리와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니 돈이 실물로 흘러가지 못하고 은행 계좌에만 들락날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