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본질적으로 양성평등 공동체다(갈 3:28-29). 예수께서는 자기 목소리를 가질 수 없고 이름조차 기억되기 힘든 여성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거셨고, 기꺼이 한 자리에 앉아 먹고 마시며 가르치셨다. 또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셨고, 여성들의 믿음과 고백을 인정하고 가르치시며 치유하셨고, 또한 성령을 부으시며 세상 끝까지 파송하셨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양성평등공동체인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 한국교회의 총회를 신중히 지켜보고 이를 토대로 2010 양성평등주간과 493회 종교개혁기념일에 즈음하여 다음과 같이 한국교회에 적극 요청한다.

1. 여성총회대표 비율을 높일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여성총대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는 교회의 양성평등지수를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세계교회협의회와 세계개혁교회연맹은 여성 참여비율을 50%로 규정하고 있으며 세계교회협의회 2013년 부산총회 준비위원회 역시 남성 58%, 여성 42%, 청년 16%로 조직되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지난해 회원교회에 ‘여성 참여비율 30% 이상’을 권고했다. 한국교회가 유교적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교회의 본모습을 회복하고 세계교회와 발맞추기 위해서는 여성총대의 비율을 높일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 한국교회의 각 총회에서 여성총대 비율은 여전히 낮은 한국교회의 양성평등지수를 드러내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의 여성총대는 11명으로 2009년 13명에 비해 오히려 줄었고 64개 노회에서 여성총대를 1명 이상 선출한 노회는 8개 노회에 불과했다. 이번 총회에서 “노회별 1명 이상 여성 선출”이 노회 ‘권장사항’으로 통과되었음에 주목하며, 2011년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있기를 희망한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724명의 총대 중 여성이 20명으로 2.7%이며 “총대수 20명 이상인 노회들은 의무적으로 여목사 1인 이상, 여장로 1인 이상을 총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헌의안이 통과되었다. 여성총대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여성들과 기장 총회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헌의가 단순한 권장사항이나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기에 2011년 기장총회 여성총대수의 주목할 만한 변화를 기대하며 지켜볼 것이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는 120명의 총대 중 여성이 12명으로 10%였으며, 장로가 아니더라도 총회 산하 여성위원회 위원들이 당연직 총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성공회는 전국의회 대의원 120명 중 여성이 21명으로 17.5%에 이른다. 또한 교회위원회와 교구의회 대의원 30% 이상이 잘 지켜지고 있으며 전국상임위원회 상임위원 12명 중 1명이 여성(8.3%)이다. 여성총대 30%를 넘어설 때까지 모든 교단이 다른 교단의 좋은 점을 배우고 적극적으로 확산시켜가길 요청한다.

2. 여성지도력을 세우기 위해 모든 교회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여성총대 비율을 높이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과제일 뿐이며, 한국교회는 하나님께서 여성들에게 부여하신 지도력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여성을 대표하여 총회에 참석한 여성총대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하며, 교단과 총회가 이를 지지하고 독려해야 한다.
2010년 기장 총회 양성평등위원회의 양성평등 실태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개교회 당회원으로 결의권을 가지고 있는 장로의 단지 6%만이 여성인 반면 집사의 64%와 권사의 87.9%가 여성이다. 이는 한국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지도력을 세우고 여성들의 지도력과 헌신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올해 7월 미국장로교회(PCUSA)에서 여성장로 총회장이 나온 것에 주목한다.
건강한 여성지도력, 양성평등한 교회지도력의 성장을 위해서는 교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도력이란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에게 긍정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다. 하나님께서 교회 구성원 각자에게 부여하신 재능과 소명을 충분히 발휘하고 숙련시켜갈 수 있도록, 교회공동체는 모든 구성원, 특히 지도력에서 소외되어 온 여성들에게 다양한 지도력 훈련의 기회와 지원을 해야 한다. 나아가 여성들 스스로 신학하고 영성을 나누며, 그리스도의 몸된 공동체를 섬기기 위해 폭넓게 사고하고 올바른 성서해석을 할 수 있도록 말씀에 귀 기울이는 교회여성, 의식이 깨어 있는 교회여성들이 되어 여장로와 여목사를 세우는 운동에 여성 스스로가 앞장서야 한다.

3. 양성평등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양성평등한 한국교회를 위해서는 다양한 양성평등교육, 특히 목회자들의 양성평등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목회자들의 올바른 성 이해와 명확한 양성평등 의식을 위해, 신학교에서부터 필수과목으로 양성평등과 성교육이 이뤄지고, 목회자 준비생이나 수련목/준목들의 교육, 기존 목회자들의 재교육에서도 양성평등교육이 정책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때로 목회자 안수과정에서 선배목회자로서의 권위의식과성차별적인 인식이 뒤섞여 나타나는 발언과 질문들로 인해 소명에 응답하여 목회자의 길을 수련하고 있는 여성들이 심각한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각 교단의 ‘고시위원회’와 ‘교역자수급 및 고시위원회’에는 반드시 성인지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번 기장 총회에서는 ‘노회별 성희롱 예방교육을 포함한 양성평등 교육 실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양성평등선언서 채택’이 통과되었다. 우리 교회여성들은 이러한 노력들이 하루속히 다른 교단들에게도 확산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4. 양성평등정책을 위한 제도적 지원, 특히 양성평등예산을 수립해야 한다!

올해 대한성공회는 전국의회 상설위원회의 ‘여성위원회’를 ‘양성평등위원회’로, 교무원 산하 ‘여성국’을 ‘양성평등국으로 변경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항에 따르면 사무실과 상근 전문인력의 유급 책임자(국장)를 “둘 수 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상설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UNCSW)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은 “여성에 대한 불평등 예산과 재정이야말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고, 재정지원에 있어 양성평등과 여성의 역량 강화가 우리 공동체나 사회, 그리고 세계경제에 주는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성공회 여성위원회는 “양성평등예산을 실천”하고 “여성과 남성들이 ‘양성평등분배’를 이해하도록 교육시키기를” 세계성공회에 요청했다. 

우리는 각 교단과 교회가 여성들의 재능과 필요를 인지하여 여성에게 공정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양성평등 예산을 계획하고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여성들을 위한 별도의 예산이라기보다는 가능한 예산을 분석하여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양성평등 교회공동체로서의 사명을 자각하고 여성을 봉사자일 뿐만 아니라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실천이다.

                                                       2010년 10월 21일  
                                                     한국교회여성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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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연합회 #여성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