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마음과 자연이 서로 교착하면서 하나 됨을 알 수 있는 수묵한국화 전시가 눈길을 끈다.
양정무 작가(46·화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 '가장자리 없는 풍경(Landscape Without Borders)'이 지난 26일부터 4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2번지 '그림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된 수묵 작품 30점을 통해 작가의 마음과 자연이 잘 어우러져 있다. 작가의 마음과 자연이 경계가 없기 때문에 전시 주제를 '가장자리가 없는 풍경'으로 정했다. 가장자리는 한 가운데를 의미하는데 경계를 뜻하는 테두리가 없이, 경치와 작가의 마음이 하나가 됨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30일 오후 그림손 전시장에서 만난 양정무 작가는 전시작품의 의미를 한 마디로 '情景交融(정경교융)'이라는 한자어로 표현했다. 정경교융이란 감상하는 자기의 정(情)과 감상의 대상인 경(景)이 잘 어울렸다는 뜻이다.
양 작가는 "전시 작품들은 어떤 하나가 다른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둘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풍경과 내 마음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시간도 공간도 사라지는 숲속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산수를 주로 그리다가 지난 4~5년 전부터 소나무를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전 작업이든, 현재 작업이든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 작가는 "현 작품들은 사람이 자연에서 안정을 찾고, 감성을 회복하는 쪽에 치중했다"며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한계가 있어, 한시 공부를 통해 시에서 느껴지는 운치를 조형에 접목시켰다"고 말했다.
평론을 한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는 "순간을 잡아 영원 속에 가둬놓은 것이 그림이라지만, 풍경과 마음이 만나는 순간은 찰나이면서도 영원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시간을 초월한다"며 "어떻게 보면 '가장자리 없는 풍경' 수묵 전시는 모순된 진리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작품을 관람한 임기연 액자 작가는 "작가가 표현한 수묵화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보다는 자연과 인간이 공유하며, 사색을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생각과 휴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듯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양정무 작가의 작업노트이다.
"밤을 지샌 묵은 안개가 아침 햇살을 가리니 해가 뜨면 새 지저기는 소리가 아침을 알리건만 적막을 깨우는 건 솔잎을 스치는 바람이다. 살포시 피어오르는 안개는 숲을 아련하게 감싸 안으며 신비로움을 뽐내기도 하고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린 아기씨처럼 용모를 애써 감추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빼앗긴다.
그 마음을 다잡으려 애써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건만 오히려 내 마음이 더 깊이 빠진다. 내가 숲을 그리는 줄 알았는데 숲이 자기의 모습을 그리게끔 나를 이끈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기고 싶다. 안개 자욱한 솔 숲 저편에 있는 네 모습이 잡힌다."
양정무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학과와 동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2년 개인전 '산'을 시작으로 현재 전시 중인 '가장자리 없는 풍경'은 통상 여덟 번째 개인전시이다. 그는 아트페어 부스개인전, 2인전, 3인전, 초대전 및 단체전 등 수많은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현재 원주대, 경상대, 부산대, 용인대, 홍익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