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사기 사건에 휘말렸던 KT ENS가 이번에는 어음에서 문제가 일어났다. 지급보증을 선 1000억원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자사의 법정관리체제에 들어감에 따라 지급불능 즉 부도처리되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31일, 박세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기자들과 만나 "KT ENS가 지난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이 회사가 지급을 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결과적으로 5개 금융사가 판매한 특정신탁상품에서 지급유예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600여명의 개인투자자와 44개 법인이 이 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게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KT ENS는 2009년부터 태양광 관련 11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자금 조달을 위해 1857억원 규모 ABCP를 발행했다. 이 중 1010억원이 4개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개인과 법인 투자자에게 판매됐으며, 680억원은 단위농협과 기관투자가에게 팔렸다.
그런데 지난 3월 3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에 휘말린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지급이 멈추면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625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742억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이 개인 485명, 법인 32개 등에 총 618억원 규모로 가장 많은 금액을 판매했으며 부산은행(195억원) 경남은행(128억원) 대구은행(41억원)이 판매했다. 국민은행은 원금 보전이 되는 불특정 금전신탁만 판매해 손실을 피했다.
금감원은 5개 은행에 대한 자체 점검을 실시한 결과 상품판매 계약서와 투자정보 확인서에 서명이 누락되거나 운용지시서 운용 대상에 ABCP가 포함돼 있지 않은 등 서류상 미비점을 발견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4개 은행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하면서 투자한 고객 피해 최소화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KT ENS는 협력업체 대출사기로 인해 미상환된 3000억원 대 채무로 인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여부는 불투명하다.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한 검사 결과와 법원 회생계획안 등이 나와야 피해 보상 여부 및 금액을 알수 있다.
이 같은 불완전 판매 정황으로 상당수 은행이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부산·경남·대구은행과 삼성증권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특정금전신탁에 KT ENS의 기업어음을 대거 편입한 데다 은행들의 경우 이미 '불완전판매' 정황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ABCP가 편입된 신탁상품을 판매하면서 상품 정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미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이 18건 접수된 만큼 이들 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준비중이다. 현재 은행들은 고객 피해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