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을 결의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을 결의하고 글로벌 소재·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합병 방식은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각각 1대 0.4425의 비율로 합병하며,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합병 후 사명도 삼성SDI로 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5월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의 의미는 삼성그룹 내 또 하나의 거대 기업이 탄생한 것과 삼성전자의 소재부문 수직계열화가 이뤄진 것이다. 앞으로 삼성SDI는 연매출 10조원의 거대계열사로 자리잡게 되고, 단순 합산 기준으로는 자산 15조원, 시가총액 10조원, 직원 1만4천여명 규모다를 자랑하게 된다. 삼성SDI는 2020년 연매출 29조원이 넘는 거대 소재·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삼성전자의 소재부문 수직계열화가 완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자회사인 삼성SDI(부품)가 제일모직(소재)을 합병함으로써 소재부문 수직계열화가 이뤄진 것이다.
또한, 기존 제일모직이 보유했던 다양한 소재기술이 삼성SDI에 접목돼고, 각사의 신성장 동력 육성이 강화되 큰 시너지가 예상된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의 원천 경쟁력인 소재 경쟁력 강화가 절실했으며, 제일모직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이어 에너지·자동차 소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특히, 삼성SDI의 2차전지 사업이 가장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2차 전지사업은 지난 2002년 시작 이후 2010년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삼성SDI는 자사의 2차 전지 소재와 제일모직의 소재 기술력이 결합함으로써 모바일,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서 큰 시너지를 예상했다. 거기에 삼성전자의 태양광 사업까지 넘겨받으면 에너지 부문에서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
제일모직은 이번 합병으로 창립 60년 만에 사리진다. 대신, 자사가 보유한 합성수지를 기존 반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에너지, 자동차용 시장까지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거기에 지난해 10월 독일 OLED 소재 전문기업 노발레드를 인수한 제일모직으로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역량 강화도 예상된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모태와 같은 회사로, 1954년 설립 후 직물사업을 시작으로 1980년대 패션, 1990년 케미칼, 2000년대 전자재료 사업에 차례로 진출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소재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패션 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에 이관했다.
한편, 3세 승계를 준비하는 삼성그룹에 있어 이번 사업개편이 승계를 공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에게 넘기고, 남아있던 소재사업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쪽으로 합병함으로써, 사업 분할구도가 좀 더 명확해졌다는 평이다. 전자와 금융부문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 호텔과 건설 중화학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패션과 미디어 부문을 이서현 사장이 관할하는 구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