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저금리 지속으로 현금보유성향이 강해졌고, 시중에 풀린 돈 3분의 2가 5만 원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늘어난 화폐발행 잔액 중 다수가 5만 원권이다.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된데다,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화폐보유성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같이 발표된 한국은행의 실적은 당기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부채가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2013년도 연차보고서'에서 작년 말 은행권(지폐) 발행잔액은 61조1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9조원 늘었으며 특히 5만원권은 7조9천억원가량 증가했다면서 이처럼 분석했다.

한은이 2000년 이후 권종별 발행잔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08년에도 1만원권의 비중은 92.3%를 기록하는 등 이 기간 91∼93% 수준에서 유지됐다. 그러나 2009년 중 5만원권이 새로 나오고서 고액권(1만원권과 5만원권의 합계 기준) 비중이 2009년 말 93.7%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해 작년 말 95.8%로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5만원권 최초 발행 이후 1만원권과 자기앞수표 대체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강화된데다,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돼 경제주체의 화폐 보유성향이 크게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고액권 중심의 화폐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50달러화 이상 화폐가 전체 은행권 발행잔액 중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80.8%에서 2013년 83.4%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50유로화 이상 고액권은 89.5%에서 90.4%로, 일본 5000엔화 이상 화폐가 94.7%에서 95.1%로 각각 증가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실적은 외화유가증권의 이자수입 영향으로 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2조669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8185억원 감소했다. 유가증권 영업수익은 전년보다 2조3369억원 감소한 15조89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비용은 8943억원 증가했으나, 통화안정증권이자와 지급수수료가 각각 8120억원, 1493억원 감소해 1년 전보다 1666억원이 줄어든 12조1369억원을 나타냈다. 한편, 유가증권 이자는 2조3828억원 줄어 한은 수익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의 총자산규모는 458조4809억원으로 11조9898억원 증가했고, 부채 규모는 448조3993억 원으로 13조4865억원 늘었다.

차현진 기획협력국장은 "국내외 금리차와 환율 움직임 등을 관찰했을 때 향후 몇 년 간은 2013년보다 순익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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