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한국은행 총재를 이끌었던 김중수 총재가 31일로 정식 퇴임한다. 김 총재가 국제 무대에서 이어간 활발한 행보와 기준금리 결정, 조직 개혁, 시장과의 소통 등 임기동안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김 총재는 임기중 활발한 대외 활동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한국은행의 위상을 높인 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은행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과 국제기구와 주요국 중앙은행에 파견된 직원은 2009년 말 5명에서 지난해 말 13명으로 늘린 점이 그렇다. 국내외 연구진의 공동연구도 2010년 1회에서 지난해 65회로 부쩍 증가했다. 김 총재는 전날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이 상당히 좋아졌고, 제가 있는 동안 국제금융 분야에서 한은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고 인식해주는 사람들도 있어 저로서는 다행이다"고 말했다.
인사와 조직개편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주열 차기 총재 후보자는 2012년 부총재직 퇴임사에서도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낀 사람이 많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연공서열을 뛰어넘는 인사를 단행하고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부총재보도 탄생시키며 조직을 개편시켰다. 김 총재는 "조직의 장을 아홉 번째 하는 것인데, 저는 항상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었지 칭찬의 대상이었던 적은 없다"고 밝혔다.
시장과의 소통에서도 김 총재는 금통위 개최후 의사록 공개 시기를 기존의 6주에서 2주로 줄이고, 분야별 전문가들과 정례적으로 간담회를 여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에 대한 비판 중 가장 큰 것은 금리결정이다. 그가 처음 취임했던 2010년은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국제 금융시장은 출렁였고 국내에선 물가상승 압력이 커졌다.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 총재도 그 해 9월 "저금리에 계속 기대서는 안된다"며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보였으나 예상과 어긋나게 동결을 거듭했다. 세계 경기가 불확실하고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두고 "환율 방어에 매달려 서민을 물가 상승의 희생양이 되게 했다",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버블 형성을 부추긴다", "한은이 기획재정부 남대문출장소로 전락했다" 등의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경기 전망에 있어서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0년대 초반 경제성장률 전망이 상대적으로 정확했던 한은은 2011년, 2012년의 경우 다른 기관에 비해 전망과 실적 사이의 오차가 커져 경제전망의 정확성도 논란이 되었던 그의 4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