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전세와 월세에 과세를 매기는 방침을 발표해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가 침체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 또한 활발하다. 이번 주말에는 모델하우스에 방문객들로 가득찼다.
25일 GS건설에 따르면 SK건설,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분양중인 서울 남가좌동 'DMC가재울4구역'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미분양이 이번 달에만 100개 이상 팔렸다. 지난 1∼2월에 비해 판매 속도가 빠른 것이다. 이 아파트 전세가가 8000만원 차이에 불과해 내집 장만하는 이들이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마포 공덕자이, 아현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미분양 또한 판매가 꾸준히 이어진다. 이 아파트에는 중대형만 남아있는데도 실수요자들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작년 대규모 미분양으로 '건설사의 무덤'으로 불렸던 김포지역의 미분양도 판매에 가속도가 붙었다. 김포 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2천712가구)은 지난해 7월의 첫 분양률이 20%에도 못미쳤지만 올해 1∼2월에 각각 20%씩 팔린데 이어 이달엔 3주만에 약 20% 정도가 판매돼 계약률이 80%선까지 올랐다. "임대를 놓으려는 투자수요보다는 서울, 경기지역의 높은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젊은 실수요자들이 많이 구입하면서 전·월세 과세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신규 물량에도 거래가 활발하다. 이달 중순 반도건설이 분양한 경기도 동탄2 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는 전 주택형이 1∼3순위에 마감됐다. 관계자는 "계약률도 조만간 1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분양 아파트의 경우 전세난을 피해 집을 사려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주로 구입해 전·월세 과세 영향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건설사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중도금 무이자 대출, 발코니 확장, 빌트인 가전제품 설치 등 계약조건을 대폭 완화해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준 것도 목돈이 부족한 전세 수요자들을 끌어들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같은 신규 분양시장의 활기는 기존 주택시장과 대비된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비롯한 기존 주택시장은 다주택자의 전·월세 과세 걱정으로 인해 거래가 줄어들고 일부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분양시장은 전·월세 과세 방침 이후 판매율이 뚜렷하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공급과잉 논란에 이어 전월세 과세 방침이 악재로 작용해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팀장은 "아파트 분양시장이 주로 실수요 위주의 시장으로 돌아서면서 정부 정책의 영향이 덜한 것 같다"며 "기존주택과 분양시장, 임대수익형 부동산과 거주용 부동산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