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교회 유희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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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40 대 중반의 남성(Y)입니다. 미국에 와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쉽지 않아 마음이 답답합니다. 연초 때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면서 한 해의 일들을 부탁 드리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올해도 그렇게 만족한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하려고 했던 사업은 잘 되지 않았고, 마음이 지쳐 버린 나는 집에 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지쳤다는 이유로 쉬려고 자리에 누우면 일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집니다.
이런 날들을 여러 날 지내다 보니, 능력 없는 백수의 모습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내는 자식들에게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고 무던히 노력합니다. 밖에 나가서도 사람들을 만나기 싫고 한국에서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책이 서지 않습니다. 목사님,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이대로 살아야 되는 것입니까?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이쯤에 정말 많은 생각들이 저를 괴롭힙니다. 좋은 환경도 눈에 보이지 않고, 재미있는 일들도 하나도 없습니다. 내 마음 속에는 큰 돌덩이를 껴안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다시 기쁨을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A: 세월은 물이 흐르듯 빨리 흘러가고 시간은 쏘아 버린 화살처럼 벌써 어느 곳으로 날아갈 버리듯이 또 한해가 마냥 흘러가고 있습니다. 연초에 하나님께 결단하고 새롭게 한 해를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지만, 그것이 마음과 같이 되지 않고 사업도 잘 되지 않아서 마음이 많이 안타까우시겠습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로 집에 들어와서 누워 보지만, 한 번 누우면 다시 일어나기 싫고 그대로 잠 속에서 깨어나기 싫은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전화 주셔서 감사 합니다. 저의 가족도 미국에 온지 7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7년이란 세월은 저희들을 너무도 많이 지치게 했습니다. 저 역시 쉬자고 누우면 일어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일로 아내와 다투는 일도 생기게 됩니다. 얼마나 힘이 드시면, 그러시겠습니까? 마음에 무거운 짐을 가지고 계시니, 몸이 무겁고 무기력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머리 속에는 정돈되지 않은 생각으로 가득차고, 실 타래와 같이 엉켜버린 삶은 풀리지 않을 것 같아 얼마나 답답한 심정이시겠습니까?
한 해를 다 지나는 이쯤에 돌아보니, 아무 것도 남은 것은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실 때, 그 허탈한 감정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삶이 재미가 없고, 기쁨은 찾아 볼 수 없으니 … 제가 짤막한 이야기를 하나 소개 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너무나 먼 다리><가장 길었던 날> 등 대작을 쓴 문학가 코넬리어스 라이언은 5년간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다가 죽었습니다. 그 투병 기록을 부인이 책으로 엮은 것이 <가장 긴 밤>인데, 그녀는 생전의 남편의 모습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 남편은 아침마다 일어나면 똑 같은 기도를 소리 내어 반복하였다. '하나님, 또 하루 좋은 날을 주심을 감사합니다. ' 하는 짧은 기도였다. 어느 날 나는 남편에게 무엇이 그렇게 가장 좋은 날이냐고 물었다. 남편이 자기가 암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은 날이 많지 않음을 자각하고 있었을 터인데, 그런 기도를 드리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 남편은 평소에 생각해 두었던 것처럼, 새 날을 맞이하는 기쁨을 다섯 가지로 거침없이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새로운 하루가 좋은 이유는, 첫째, 아내를 또 볼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이고, 셋째, 병들어 눕기 전에 마지막 작품인 <가장 길었던 날>을 탈고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넷째 병과 싸울 의지와 힘을 하나님께서 공급해 주시기 때문이며, 다섯 째 주님이 언제나 자기에 가까운 바로 앞에 계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의 삶에는 항상 곤고한 삶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죽을 일도 쌓였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우리는 콘트롤 할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어두운 면을 바라보면, 우리는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가 밝은 쪽을 향하여 본다면 밝은 쪽을 향하여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연초에 잘되기를 소망하며 한 해를 열심히 달려 오셨는데, 뒤돌아보며 감사했던 것들을 찾아 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힘들었지만. 우리 가족이 모두 건강한 것, 여전히 쉴 수 있는 집이 있는 것, 일용한 양식을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공급해 주신 것, 누워서 고통할 수 있는 생각을 주신 것,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로 허락하신 것입니다. 현재 고통을 가지고 다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고통이 있어서,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으니, 감사하십시오.
문제가 많다는 것은 우리에게 복된 소식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중년을 거치면서 소위 잘 나가는 사람도 그 나름대로 고통이 있다고 합디다. 그러나, 잘 나가가는 사람은 기도할 수 없어서 그 또한 불행입니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되어 봤으면 좋다 하겠지만, 하나님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은 많이 다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영육간의 풍성함을 주시고 싶어 하십니다. 육신의 편안함으로 어찌 하나님께서 만족하실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깊은 뜻을 이해하시고 감사함을 우리 마음에 채우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주님으로부터 귀한 축복을 받으실 새 날을 준비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