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현행 개신안이 가진 태생적 한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이하 한기총)의 온전한 개혁과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관과 운영세칙, 그리고 선거관리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 문제는 오는 10월 28일 열리는 임원회와 실행위원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이같은 여론이 일고 있는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총 3회에 걸쳐 보도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①현행 개신안이 가진 태생적 한계
②현행 개신안 내의 독소조항들
③정관 등 재개정, 앞으로의 전망은

한기총의 현행 정관 등은 지난 7월 7일 특별총회 당시 김용호 대표회장 직무대행이 제안한 ‘개신안’에 기반한 것이다. 이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특히 지난 9월 27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강력하게 제기됐다.

 

▲현행 개신안을 통과시킨 지난 7월 7일 특별총회. 대표회장 직무대행 체제라는 한계 등으로 인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개신안을 주도한 김용호 직무대행 역시 이를 인정한 듯 정관 등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특별총회 후 한기총의 첫 공식 회의였던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중소형 교단 총대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소속 교단이 인선에서 소외 혹은 배제된 데 대해 불만이 제기됐다. 며칠 뒤인 10월 7일 열린 임원회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가장 큰 이유는 특별총회에서 공동회장과 부회장 숫자를 각각 기존 35인 이하와 40인 이하에서 25인 이하와 30인 이하로 축소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길자연 대표회장은 “한기총이 과거에 비해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조직의 규모를 오히려 크게 줄이는 바람에 인선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하고, 정관운영세칙개정위원회(위원장 임석영 목사)를 구성해 이 문제를 검토하게 했다.

그렇다면 개정된 지 채 반 년도 되지 않은 현 정관 등에 대한 재개정 여론이 왜 이처럼 들끓고 있을까. 그 이유는 지난 특별총회에서 여러 여건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못했고, 현행 정관 등에 한기총의 실정과 맞지 않은 부분이 다수 있다는 데 있다.

◈한기총 구성원들 의견 배제된 특별총회=이 문제에 대해서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지난 7월 7일 특별총회가 열리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한기총은 길자연 대표회장에 대한 법원의 직무정지가처분 판결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겪던 시기였다.

법원에 의해 길자연 대표회장을 대신할 직무대행에 선임된 김용호 변호사는, 즉각 총회를 열어 대표회장 인준과 관련된 절차상 하자를 해소하는 대신 청문 절차를 갖기 시작했다. 한기총 원로 및 대립 양측 등과 차례로 청문 절차를 가지며 사태를 파악한 뒤, 여러 의견을 종합해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렇게 청문 절차를 마친 김용호 직무대행이 내린 결론은, 특별총회를 열어 대표회장 인준 여부 뿐 아니라 ‘정관, 운영세칙, 선거관리규정 개정 여부’, ‘세상 법정에서의 각종 소송 취하 권고 여부’도 논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때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리고 있던 길자연-이광선 목사 양측이 홍재철 목사의 중재로 극적으로 화합하게 됐고, 이들은 ‘한국교회와 한기총 개혁을 위한 범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포함한 한기총 구성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만든 ‘개혁안’(정관, 운영세칙, 선거관리규정)을 김용호 당시 직무대행에게 전달했었다. 한기총이 크게 길자연-이광선 목사 양측으로 나뉘어 내홍을 겪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 안은 결국 한기총 구성원들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이 ‘개혁안’은 논의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김용호 전 직무대행은 어찌 된 일인지 이 ‘개혁안’이 아닌, 자신이 임의로 만든 ‘개신안’만을 상정했다. 이로 인해 특별총회 당시 많은 이들이 개신안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김용호 당시 직무대행은 “한 번 더 소란이 일어나면 자리를 떠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이에 총대들은 김용호 직무대행이 떠날 경우, 특별총회에서조차 한기총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자칫 해체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제대로 된 토론도 거치지 못하고 쫓기듯이 바로 표결에 들어갔었다.

한기총의 정관 개정은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엇갈릴 뿐만 아니라 법 조항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와 파장을 고려해야 하기에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과정이다. 그렇기에 정관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담당 위원회를 설치해 연구하게 하고, 임원회·실행위원회·총회 등을 거쳐 충분히 논의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관례이자 상식이다. 하지만 현 개신안은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결국 한기총의 진정한 개혁과 발전을 이룰 수 없을 뿐더러 실정과도 맞지 않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게 된 것이다.

현행 개신안을 주도했던 김용호 전 직무대행도 이같은 점을 인정한 듯, 지난 7월 7일 특별총회에서 모든 표결이 종결된 뒤 “정관의 개신 의지는 과반이 넘었으니 이 점을 새 대표회장이 참고해서 다음 총회 이전에 더욱 원만하고 좋은 개혁안으로 발전되고 개혁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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