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동성애자 주교인 진 로빈슨 미국성공회 주교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동성애를 '장애'로 간주한 가톨릭 교리를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로빈슨 주교는 커밍아웃한 후 동성애 파트너까지 있던 상황에서 2004년 미국성공회 뉴햄프셔 교구의 주교로 임명을 받았으며, 지난해인 2013년 퇴임했다.
그는 최근 데일리비스트리(Daily Beast)에 쓴 한 기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해 "그가 지난 1년의 임기 동안에 한 모든 자비로운 발언들이 진심이었다면, 그 선량한 말들은 신앙과 교리, 그리고 실천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가톨릭 체계를 변화시키는 고된 작업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존의 체계는 교황이 섬기기 원하는 약자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썼다.
로빈슨 주교는 특히 이 가운데서도 동성애를 '장애(disorder)'로 분류한 교리가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과 거부, 폭력의 기반"이 되고 있다며, 이 같은 교리를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교황이 그동안 보인 행보를 지지한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나는 새로운 교황을 사랑하며, 매일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가난한 자들을 위한 그의 헌신은 모범적이며 전설적이다"고 그는 극찬했다.
또한 교황이 지난해 동성애자들을 대하는 교회의 태도와 관련해 한 유명한 발언에 감동을 받았다며, 이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 교황은 작년 7월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길에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동성애자라고 해도 그가 선한 의지로 주님을 찾는다면,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를 판단하겠습니까?"라고 말해,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일부 세속 언론들과 동성애 옹호단체들은 이를 동성애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으나, 후에 바티칸측은 이는 동성애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금지하는 가톨릭 교리와는 상관없이, 동성애자들을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발언이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한편, 로빈슨 주교는 "'동성애는 장애'라는 교리의 수정이 하룻밤에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 아래라면 교회들이 진지하게 이를 시도해 볼 기회는 가질 수 있을 것이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그러나 로빈슨 주교의 이 같은 희망에도 불구, 프란치스코 교황과 바티칸 고위 성직자들은 동성애를 금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동성결혼에 관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르델라세라(Corriere della Sera)와의 인터뷰에서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의 결합"이라는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다시금 재확인했다.
현재 가톨릭 교리문답은 "동성애 성향은 일종의 장애적 현상으로 우리는 동성애자들을 존중과 연민, 그리고 섬세함을 갖고 대해야 하며 부당한 차별을 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