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책정되온 임금체계가 개편된다. 고용노동부가 19일 내놓은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보면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항목이 단순화되고 연공성을 줄였으며, 이를 성과와 연동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60세 정년연장을 계기로 학계와 산업현장에선 현행 임금체계의 문제점이 제시된 후 향후 개편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다.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는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내용이 들어있지만 이 판결로 통상임금의 범위는 확대됐다.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생활보조적으로 지급하는 통근수당, 가족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1988년 노동부 예규는 사실상 폐기됐다. 이로 인해 재계는 임금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며, 이 판결과 배치되는 입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임금체계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이를 아는 정부는 통상임금 판결 등이 수십년 논란이 된 연공급 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임금체계 개편에 나선 것이다.
통상임금이란 각종 법정수당(시간외 근로수당, 휴일 근로수당, 연차 근로수당, 월차근로수당 , 해고수당, 생리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다. 근로의 양 또는 질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된 임금으로서 실제 근무일수나 수령액에 구애됨이 없이 정기적, 일률적으로 임금산정 기간에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고정급 임금을 의미하며, 실제 수령한 임금에 구애됨이 없이 고정적이고 평균적으로 지급되는 일반임금을 의미한다.
정부가 매뉴얼을 통해 밝힌 개편안은 호봉을 전제로 임금을 책정한 기존방식이 아닌 성과나 직무 가치 중심으로 임금 책정방식을 전환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66.2%가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연공급(호봉제) 방식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이른바 '무늬만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무늬만 연봉제'는 관리자급에게만 적용하거나 호봉테이블을 전제로 하면서 임금구성 항목을 '연봉'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어 성과나 직무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정년 연장에 있어서 현재 임금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배적인 임금체계가 근속에 따라 임금이 정기 상승하는 연공급이다. 하지만 근속기간에 따른 임금격차는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줘 기업에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해 희망퇴직 등의 형태로 조기퇴직을 실시하는 등 중장년의 고용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부는 생산직 근로자의 30년 경력자 임금이 신입직원 대비 3.3배 높아 독일(1.97배), 프랑스(1.34배)보다 높은 편이다. 현재 기업의 평균정년은 58.6세이나 근로자가 체감하는 실제정년은 53세로 나타나 조기퇴직이 일반화되었음을 보여준다.
고용부는 임금개편안으로 기업이 연공급에 따른 인건비 증가에 대한 우려가 해소, 정년 연장, 신규채용 증가, 정규직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감소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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