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김영주 총무) 교육훈련원(원장 이근복 목사)과 기독인문학연구원이 공동 주관하는 '기독 인문학 아카데미 2014년 봄 강좌'가 열리고 있다.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대화와 소통의 단절을 극복하려는 취지다. 다수의 강좌가 열리며, 이들 강좌 중, '왜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을까'라는 다소 도발적인(?) 강연이 18일 오후 서울 연동교회(담임 이성희 목사)에서 진행됐다. 김진 박사(예수나무 공동체)의 강연으로, 매주 화요일, 6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김진 박사는 총신대학교에서 보수신학을, 한신대신학대학원에서 진보신학을 공부한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 신학부에서 종교신학을 전공했다(Ph D). 한신대, 이화여대 등에서 종교학, 신학 분야에서 강의했으며, 크리스챤 아카데미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평화운동 단체인 '씨알평화'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올바른 기독교 영성에 관한 '그리스도교 영성', '침묵의 영성', '팔복의 영성', '성만찬의 영성'(엔크리스토), '하나님과 내통하라'(씨알평화)라는 등을 저술했다.
김진 박사는 강연을 시작하며 "요즘 한국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비판의 글과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독교에 대한 쓴소리들이다. 진보적인 신앙을 가진 저자들의 주장을 보면 나름대로 기독교의 변화를 기대하며 애정을 가지고 쓴 글"이라면서 "(하지만)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마음 한편 개운치가 않다. 나 또한 그 찜찜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찜찜함'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에 관해서는 "비판 속에 사랑이 담겨있지 않고, 스스로의 성찰에는 인색해 보인다"면서 "나를 포함해서 기독교를 비판하는 사람은 어쩌면 그 비판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번 강의는 단순히 기독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으로서 자신의 성찰해보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기독교 안에서 진보주의자라도 자칭하는 사람들은 실천이 따르지 않는 말과 논리로 자기모순에 빠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그들은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맹목적으로 믿는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은 성경 말씀을 읽는데 인색하다고 했다. '골통' 보수 기독교인들의 기도가 기복주의(祈福主義) 신앙으로 물들어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하나님과 깊은 대화의 삶을 살지 못한다고 했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대형교회, 성장지상주의, 물신(物神)주의에 빠졌다고 열을 높이지만 돈이 있고 없음에 매여 있고, 집착하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은 그렇더라도 예수 따름을 향한 고뇌와 비판은 멈출 수 없다고 역설했다. 예수를 도둑맞은 '기독교', 예수를 팔아먹는 장사꾼으로 변해버린 '목사들', 새로운 장사 소굴로 변한 '교회'를 향해 채찍을 드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하지만 먼저 겉과 속, 깨달음과 실천, 그리고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하나로 통전 된 진정한 예수 혁명가가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글과 강연이 기독교를 비판하는 자체에 있지 않다고 했다. 한계와 모순이 존재하지만, 기독교에 대한 자성과 성찰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구 유럽 기독교를 보라고 했다. 교회 건물은 카페나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용도로 팔려나가 재건축돼 성업 중이라고 했다. 이제 그들에게 기독교가 말하는 '예수의 진리'는 힘없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절박한 때 누군가는 '돌이킴'(회심)을 외치는 절박한 광야의 소리가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강연에서 김 박사는 '왜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기독교를 믿습니까, 아니면 예수를 믿느냐고' 질문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면, 답변이 각양각색이라고 했다. 그중 한 부류의 반응은 '비웃음'을 짓는다고 했다. 평소에 그렇게 예수 안 믿는 기독교인들을 많이 봤다는 표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개혁적인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기를 애쓰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동의하는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이어 그는 우리가 예수를 '제대로' 믿고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무늬만 '기독교인'인지 검증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 믿는 기독교인'보다 '예수 믿지 않는 기독교인'이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다. 예수가 '이 사람이야말로 참 믿음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그는 이 질문이 기독교인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뼈 있는 화두(話頭)라고 했다.
애초에 예수는 종교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예수가 일으킨 것은 '기독교'라는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운동'"이라면서 "예수 앞에 모인 이들은 에클레시아(Ecclecia 공동체)였지 교회(Church)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기독교는 예수 시대 이후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생겨난 하나의 종교"라면서 "그 과정 속에서 이미 예수와 기독교와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독교가 세상에 더욱 확장되면 될수록 더욱더 기독교는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와는 관계가 없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비판했다.
예수와 제자들의 말과 행동은 당시 유대 지도자들이 볼 때 종교적 권위와 사회적 지위, 경제적 부를 위협할 정도로 과격했다고 판단했다. 예수는 졸지에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위험분자'가 됐다. 더 이상 예수의 말과 행동을 눈뜨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유대 기득권 세력들은 마침내 예수를 사형에 처하는 재판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그를 십자가 형벌로 처형했다. 이제 예수 운동은 끝을 맞이한 듯 보였다. 그러나 기적처럼 예수가 뿌린 씨앗은 움을 트기 시작했고, 그 불씨는 꺼지지 않고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예수의 죽음이 그를 만난 사람들, 그들을 통해 예수의 죽음을 전해 들은 무리들이 그가 살아있을 때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 그들은 서로서로 모임을 하면서 서서히 하나의 신앙 공동체로 발전해 나갔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을 예수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지칭하면서 '예수는 그리스도'라고 믿고 따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로마의 기독교 국교화가 예수 신앙의 자유를 가져다줬다. 기독교를 조직하고 체계화하는 역사적 계기가 됐다. 그는 다른 한편에서는 순수한 예수 신앙이 오염되는 계기도 되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로마의 국교로 공인된 기독교는 로마 제국은 얻었을지는 몰라도 '예수의 영혼'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로마 기독교라는 종교가 체계화되면 될수록 예수가 선포한 사랑과 평화의 복음이 지닌 혁명성은 점점 약화됐다.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예수 삶을 증언하고 실천하던 예수 공동체는 이제 점점 예수를 '예배'하는 데 안주하는 종교로 변질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참석자들에게 예수와 기독교와의 관계를 설명하며 '예수는 기독교의 창시자인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오늘날 많은 기독교인이 '예수와 기독교의 관계'를 당연한 관계로 생각한다"면서 "'기독교는 당연히 예수에 의해 만들어진 종교'라는 '확신'이 널리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확신이 뜻하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 부작용의 모습은 기독교를 믿지만 예수는 믿지 않고, 기독교를 쫓아가지만 예수는 따르지 않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 모습은 예수와 기독교와의 관계가 마치 '붕어와 붕어빵의 관계'와 같다고 묘사했다.
그는 "현실의 기독교는 예수 없는 '붕어빵 기독교'가 주류가 됐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붕어빵 기독교'는 겉으로는 예수와 관련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예수는 이미 도둑 맞고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예수가 있지만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 예수가 전한 진리와 생명은 없어졌다고 했다.
이러한 '붕어빵 기독교'의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했다. '붕어빵 기독교'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시대는 바로 중세 십자군 시대라고 했다. 그는 교회가 수차례에 걸쳐서 일으킨 십자군의 잔인성, 폭력성, 무제한의 약탈과 살육, 그들이 물러간 뒤에 남겨진 생명과 자연의 황폐 등의 역사를 살펴보자고 했다. 보면 볼수록 '사랑의 종교'라는 교회에 대해서 소름이 끼칠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세기에 교회가 사랑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정의의 실현이라는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이교도'를 학살했으며, 얼마나 많은 선량하고 무고한 여자들을 마녀'로 몰아 살육했는가 하는 것은 기록된 역사가 소름 끼치게 밝혀준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첫째 날 강의를 마무리하며,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사랑 없는 비판은 그 어떤 변화도 일으키지 못한다고 믿는다"면서 "그러나 예수와 기독교에 대한 사랑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고 했다.
이어 "오늘 암세포와 같은 '썩은 기독교'가 건강한 예수정신을 죽이면서 기독교와 교회에서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며 "그러므로 예수 믿음을 붙잡고 이 기독교를 향해 진리를 선포할 참 예언자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