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자살이 모방자살을 일으킨다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통계적 자료가 나왔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모방 자살 연구는 있었지만, 모방 자살을 모형화하고 언론보도와의 상관관계를 밝힌 것은 이번이 최초다. 유명인 자살과 관련된 언론보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서울아산병원은 18일,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이 유명인 자살에 대한 언론 기사량과 모방 자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간 자살한 유명인 중 언론에 많이 보도된 15명의 자살 내용을 보도한 신문·방송 기사량을 통계청이 집계한 모방 자살자 수와 비교·분석한 결과 0.74의 유의미한 상관계수를 얻었다.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 간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 2008년 자살한 탤런트 최진실 씨 관련 보도와 모방 자살의 상관계수가 0.76을 기록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의 자살에 대한 신문 보도량과 모방 자살의 상관계수는 0.71, TV 보도량과 모방 자살의 상관계수는 0.76이었다. 이번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한 서수연 고려대 안산병원 인간유전체연구소 박사는 "모방 자살은 위인 본받기의 부정적인 행동 양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국내 유명인 자살 언론 보도와 모방 자살의 관련성을 규명한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언론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언론도 자체적인 자살 보도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과학 분야의 유명 저널인 '역학 및 정신과학 학술지'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