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사협회(의협)는 16일부터 시작된 밤샘협상 끝에 의.정 합의점을 도출했다. 양측의 합의안은 쟁점인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수가 조정과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등이다. 의협 회원투표에서 과반수가 합의안에 동의하면, 24일부터 예정된 집단휴진은 철회된다.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17일 오전 각각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정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12일 정홍원 총리 담화문을 통해 의료법 개정안의 선입법 후개선 입장을 뒤집고, 입법 전에 원격진료 시범사업과 수가 결정제도, 전공의 수련환경 등에 대한 개선 의지와 일정을 밝힌 바 있다. 의사협회 또한 이번 합의 후 24일 예정된 집단 휴진에 대해 유보를 내린 상태다.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양측은 오는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문제점을 파악하여 입법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정부는 원격의료 도입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후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자는 입장을 보여 왔다.
투자활성화의 일환으로 제시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에 대해 양측은 향후 논의해 결론을 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사협회,병원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약사회 등과 함께 논의 기구를 구성한다. 다만 약사회가 반발하고 있는 법인약국 문제는 다루지 않기로 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원을 바꾸기로 했다. 위원회는 24명으로 구성되있는데, 위원장(복지부 차관)을 제외하고 공급자측 대표(의사로 구성) 8명, 가입자측 대표(노동단체 및 지역가입자 등) 8명, 공익대표(복지부·기획재정부·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4명 및 장관 위촉 교수·연구원 4명) 8명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의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하기로 했다. 현재 심의위원회 공익위원 24명은 위원장(복지부 차관)을 제외하고 공급자측 대표(의협·병협·치협·한의사협 등) 8명, 가입자측 대표(경총·민노총·한노총·지역가입자 등) 8명, 공익대표(복지부·기재부·건보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각 4명 및 장관 위촉 교수·연구원 4명) 8명으로 구성됐다. 구성원 조정은 의료계가 논의에 있어 불리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수가 조정을 원하는 의료계 8명과 수가조정을 원하지 않는 가입자 및 공익대표 16명으로는 의료계 현안 논의가 힘들다는 이유다. 또한 이번 협상의 쟁점인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의 조정' 즉 '수가 조정' 논의의 주체가 심의의원회이다. 의료계는 수가조정 논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정부는 이후 논의되는 내용을 바탕으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연내에 추진하기로 했다.
집단휴진에 적극 참여하여 영향력을 보여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대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지침상 '최대 주당 88시간'으로 규정된 전공의 수련 시간을 선진국 환경과 고려해 단계적으로 축소 조정하고, 전공의 재수련 즉 유급 조항도 사실상 폐지를 약속했다. 또한 개선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병원에 대한 제재안을 마련하고, 전공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수련환경 평가 대안을 오는 5월까지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이번 의-정합의 이후 의사협회는 2차 휴진을 유보했다. 의협은 이 같은 합의안을 바탕으로 17일부터 20일까지 9만여 회원의사들을 대상으로 휴진여부에 대한 투표를 실시한다. 의협회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24일부터 예정된 2차 휴진은 철회된다. 이번 협의가 상당부분 진전되었다는 점에서 의사협회의 집단휴진 가능성은 낮아져 휴진 철회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