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의 러시아 편입 결정이 냉전시대의 동서 대립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외신들은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병합 결정은 21세기 '신냉전'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분석을 보도하고 있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기다렸다는 듯 이번 투표가 우크라이나법과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AP는 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도 공동성명을 통해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는 불법이고 정당성이 없어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CNBC는 안드리 데시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우리는 우리의 영토를 되찾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여기에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노력과 절차를 밟는 등 모든 방법이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오는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를 한 후 이번 사태에 깊숙히 개입하거나 푸틴 대통령에 가까운 인사들에 대한 추가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EU 정상들도 만일 러시아가 위기 종식을 위한 협상에 신속히 나오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크림반도에서 물러서지 않으면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고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줄이는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댄 파이퍼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NBC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새 정부를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돕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미국은 우선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와 기업인들에 대한 비자 발급 금지와 미국 내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EU는 미국처럼 단호한 채찍을 꺼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EU와 러시아의 통상 규모가 연간 4600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제재는 EU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에서다.
EU에 있어 러시아는 3위 규모의 교역국인데다 전체 천연가스 사용량의 3분의 1 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가 불황의 밑바닥에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하고 있는 유럽으로서는 러시아에 대한 강한 제재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EU 중에서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가 가장 높다.
영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은 우크라이나 투자국 5위에 올라 있고, 런던시티 금융권에는 러시아 자본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
유럽외교협회의 카드리 릭 선임연구원은 "현재 유럽의 입장은 뒤죽박죽"이라며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아무런 합의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드미트리 트레닌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 소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가 미국과 EU의 연합에 맞서며 앞으로 계속해서 동유럽에서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에는 두 가지 선택이 남아 있다. 오는 21일 의회에서 크림 자치공화국을 러시아로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크림 반도를 그대로 자치국으로 두고 자국 군대를 주둔시키는 방법이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러시아인의 비율이 높은 도네츠크, 하르키우, 루한스크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국경에 주둔 군대를 늘리고 있어 계속되는 갈등이 결국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