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패망하기 직전 미군에 대항하기 위해 제주도에 배치한 육군 사단들에 세균전 부대로 알려진 '방역급수부(防疫給水部)'를 편성했던 사실이 중국 당국이 공개한 자료에서 확인됐다.

중국 하얼빈(哈爾濱) 731문제 국제연구센터가 14일 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를 통해 공개한 '2차대전 기간 일본군 세균전부대 분포도'에 따르면 일제는 1945년 8월 패망 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주둔한 각급 부대에 총 63개의 방역급수부를 편성했다.

이들 부대 중에는 일제가 제주도에서 미군에 맞서 결사항전을 벌이려고 1945년 만주에서 이동시켜 배치한 관동군 111사단과 121사단도 포함돼 있다.

자료에는 111사단 방역급수부는 쇼와(昭和) 20년(1945년) 3월 30일, 121사단 방역급수부는 같은 해 6월 18일 편성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중국 연구진은 이 자료가 최근 일본에 건너가 방위성 방위연구소 전사연구센터의 자료를 입수해 편역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1938년부터 1945년 사이에 아태지역에 주둔한 일본군 각 부대가 731부대의 직접 참여와 지도 아래 일련의 세균전 부대를 편성한 사실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731문제 국제연구센터 양옌쥔(楊彦君) 부소장은 "당시 일본군은 중국을 침략한 36개 사단뿐만 아니라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아태 지역에 주둔한 부대들에 광범위하게 세균전 부대를 설치했다"면서 "731부대와 다른 방역급수부대의 편성 시기, 규모, 주둔지, 담당구역으로 보면 일제의 세균전은 2차대전 당시 아시아 각국을 침략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일제는 2차대전 이전인 1930년대 중국 침략 시기부터 점령지 주둔 부대들에 방역·급수라는 명분을 내걸고 실제로는 세균 무기 연구와 제조, 사용을 위한 특수부대를 편성했다.

생체 해부와 냉동 실험 등 반윤리적인 만행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의 정식 명칭은 '관동군 방역급수부'였다.

중국 학계는 1936년부터 1945년까지 하얼빈에 주둔한 731부대 등 일제 세균전 부대가 생체 실험으로 중국 군(軍)·민(民)은 물론 조선인, 몽골인, 미국인, 소련인 등 1만명 이상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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