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박사가 기독교로 귀의한 이후 그의 삶이 긍정과 생명의 삶으로 바뀌었다고 자신의 신앙을 고백했다.
이어령 박사와 이재철 목사와의 대담은 13일 늦은 오후 서울시 마포구 양화진문화원에서 진행됐다. 대담에서 이어령 박사는 자신이 20대 초에 쓴 '우상의 파괴'를 쓰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우상의 파괴'의 내용은 기성세대를 무너뜨리고 파괴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라 당시 젊은이들이 우상으로 생각하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스스로 개척해 나아가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어령 박사는 "(과거에는)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인간의 이상적일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예수라는 딱 한 명의 완벽한 사람이 있었다. 그때는 그걸 몰랐다. 예전에는 부수고 파괴하려는 모습이었지만, (기독교로 귀의한 이후에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불같은 모습에서 물 같은 모습으로 전환됐다"고 신앙을 접하고 난 이후 변화된 모습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또 이어령 박사는 '우상의 파괴'는 당시 기성의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우상의 파괴'로 기라성 같은 문단의 '어른'들을 비판하는 것보다 그들만을 바라보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지 못하는 동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경종을 던져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즉 '우상의 파괴'는 한국전쟁 이후 정신적으로 말살되는 젊음을, 한 번밖에 없는 내 젊음을 당신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절규이자 전쟁의 폐허 속에서 내뱉는 젊은이들에게 외치는 소리와 같다고 했다.
이어 이어령 박사는 "어떻게 보면 큰 오해가 있다. 당시 김동리, 서정주 등 문단의 기라성들을 우상이라고 부른 것은 그분들을 우상이라고 섬기는 젊은이들이 한심스러웠기 때문"이라며 "젊은이들이 자신의 생각으로 글을 써야지 우상들을 따라 하려고 한다면 새로운 창조는 나올 수가 없다. 우상을 욕한 것이 아니라 우상을 만들고 있는 젊은이들이 기백과 창조 정신이 없음에 이 모습들을 고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령 박사가 '우상의 파괴'를 쓰게 된 것은 한 출판기념회에서 고성을 질러가며 당대 최고의 문인들을 비판한 당돌한 청년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시작됐다. 한 서울대 학생이 서정주, 김규동, 조연현, 백철 등을 두고 목소리 높여 비판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을 들은 당시 모 신문사 부장이 그 이야기를 글로 써보라고 청년에게 제안했다. 청년은 '설마 신문에 실리겠나'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이것이 '우상의 파괴'라는 제목으로 신문의 한 면에 전재됐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의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어령 박사와 대담을 한 이재철 목사는 '우상의 파괴' 이 글의 내용을 소개하며 또 당시 이 글이 어떠한 논란과 화제를 일으켰는지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재철 목사는 "그리스도인은 누군가를 우상으로 만들려고 해서도 안 되고, 스스로 우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면서 "이어령 박사와 같이 걸출한 인재가 나타나기까지 결국 그 시대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 결국 시대에 빚진 것이고, 그 빚을 갚고 나누려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화진문화원은 현재 3월 목요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 8시에 열리며 명사들이 나와 대담을 나눈다.
3월 6일에는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채현국의 이러쿵저러쿵'을, 13일에는 양화진문화원 명예원장 이어령 박사와 100주년기념교회 담임 이재철 목사가 '우상의 파괴'라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20일에는 김영란 전 대법관이 '공정한 한국 사회를 위한 제안'을, 27일에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비영리단체와 젊은 창의력'을 주제로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