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현장에서의 종교 갈등, 박해, 선교사 추방, 비자 거부 등은 자유와 인권이 넘치는 이 시대에도 분명 일어나고 있다. 이슬람 국가, 힌두 국가, 불교 국가에서는 정치, 사회적 불안을 틈타 소수 종교인인 기독교인에 대한 핍박이 빈번히 발생하고, 선교사라는 신분을 드러내고 제대로 활동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 선교의 열매를 거두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사회에서 전문인으로 살다 제2의 인생을 선교에 헌신한 '시니어 선교사'들에 의해서다.
시니어 선교의 본질과 현장 사역 및 간증을 담은 '인생 이모작 시니어 선교'(코람데오)가 최근 출판됐다. 저자인 최철희 선교사는 50대 중반 선교사로 부름 받아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사역한 경험과 한국 시니어 선교운동을 주도하는 시니어선교한국 사역을 바탕으로 책으로 내놓았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산업은행, 삼성그룹 비서실을 거쳐 한성기업 사장으로 지내던 그는 은퇴 후 모든 직분을 내려놓고 부인 최혜숙 목사와 시니어 선교사로 헌신했다. 최 선교사는 귀국 후 시니어선교대회를 운영하고, 시니어선교학교에서 동원 강의를 하며 얻은 노하우로 '이모작선교네트워크'를 조직해 현재 시니어 선교 지원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역 경험과 선교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그래서 시니어 선교의 당위성만 강조하고 실질적 내용이 부족한 기존 책들과 차별화했다. 현재 시니어 선교에 관한 최고의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시니어 선교사란 선교를 10년 이상 한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한 선배 선교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 전반전은 사회에서 자신의 달란트를 활용해 왔다면, 인생 후반전은 사회에서 발전시킨 달란트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사용하는 선교사를 말한다. 책에서는 시니어 선교의 필요성, 성경적 관점, 정체성, 시대적 요구뿐 아니라 시니어 선교사들의 성공적 사역 사례들을 풍부하게 다뤘다. 시니어 선교사들에 의해 선교 현장의 교육, 의료 환경이 개선되고 위기 때마다 하나님의 지혜와 그들의 경험, 연륜을 통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가 하면, 시니어 선교사가 떠난 후에도 현지인들에 의해 복음의 열매가 계속 맺히고 있는 사례 등이다.
성경에서도 시니어 선교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부름 받은 아브라함, 하나님 백성을 애굽에서 인도해 낸 모세, 하나님 나라를 위해 땅을 정복하는 갈렙, 하나님 나라 성취를 예언한 이사야,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성취를 목격하는 시므온과 안나가 바로 그 예다. 한국 근대 여성 교육의 개척자로서 큰 빛을 남긴 메리 스크랜튼 선교사, 53세에 재헌신한 찰리 스터드(C.T.Studd)도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역사 속 시니어 선교사들이다.
저자는 지금 전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시니어 선교사들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교 현장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청년 선교 헌신자들은 줄어드는 가운데 시니어 세대의 경험, 전문 지식, 체험적 신앙은 제 3세계를 위한 최적화 된 선교 자원이다. 심지어 이슬람권에서도 이들의 활동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 최 선교사는 "현재 한국의 시니어 세대는 교회사적으로 한국 기독교 부흥의 절정기를 주도해 왔고, 사회적으로 한국 산업과 경제, 문화 발전의 주역으로 활약했다"며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와 적극성이 있고, 미래를 향한 진취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이들의 경험은 바로 개발도상국이 필요로 하는 것이며, 현지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시니어 세대는 이 외에도 자녀 부양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재정적으로도 비교적 안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신앙과 대인관계에서도 원숙함을 가지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반면에 나이와 언어에 대한 부담감, 건강, 가족, 재산 관리 문제, 파송 선교단체 소속 및 훈련과 준비 부족 등 약점도 있다.
그럼에도 시니어 세대를 동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네덜란드의 선교학자 크래머의 말을 인용해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크래머는 교회 안의 시니어를 하나님이 오늘날 선교를 위해 예비한 '하나님의 동결된 자산'으로 보았다. 사업가, 교수, 기술자, 예술가 등 30~40년 간 특정 분야에서 기여해 온 시니어 그리스도인들의 지식, 경험, 전문성을 은퇴와 동시에 세월 속에 묻어버릴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한 새로운 목표와 도전을 위해 사용해 남은 인생을 더 의미 있고 값지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선교사는 "지금까지 한국 선교는 젊은 선교사들에게 모든 기대를 걸어왔고 그들을 위한, 또 그들에게 맞는 훈련 방법과 사역 방향을 제시해 왔다"고 말했다.
지만 이젠 선교 현장에서 연합과 네트워크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는 "시니어 선교사에게 알맞은 훈련과 사역 방향 제시가 이뤄져 협력자, 조력자, 피스메이커로서 역할을 다한다면 선교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이를 위해 시니어 선교에 관심 있는 교회와 선교단체들은 시니어 선교 훈련과 방향 제시, 문제 해결 등에 한 마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타문화권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뿐 아니라 후방에서 동원, 훈련, 파송, 케어, 후원자 개발 등을 위해서도 시니어 사역자들이 얼마든지 헌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복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시니어 선교운동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번져가고, 도시마다 시니어선교학교가 개설돼 훈련생들이 늘어가는 이 때 시니어 선교의 교과서적인 책이 출간돼 기쁘다"며 "이 책을 통해 시니어들이 새로운 비전과 열정을 다시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시영 시니어선교한국 대표도 "교회 내 시니어 자원을 발견하고 동원하려는 교회 지도자뿐 아니라 실수요자인 시니어 전문인, 해외 선교사, 국내 외국인 사역자 등도 꼭 읽어야 할 지침서"라고 평했다.
최철희 선교사는 대치동교회 장로로 장신대 부설 평신도교육대학원을 수료하고, 소련선교회 이사, WEC국제선교회 이사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해 왔다. 은퇴 후 사회적 직분과 일을 모두 내려놓고 부인 최혜숙 목사와 미국 WEC 본부에서 훈련한 후 키르기스스탄에서 사역했다. 귀국 후 WEC국제선교회 한국본부장으로 섬기고, 지금은 시니어선교한국에서 '이모작선교네트워크'라는 시니어 선교사 동원 및 연결(networking) 사역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