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앉기를 거부한 채 93분간 쉼없이 강연해 잔잔한 감동을 준 방지일 목사. ⓒ베리타스

101세의 방지일 목사는 의자에 앉기를 거부했다. 장신대 교수들이 그의 건강을 생각해 놓아둔 의자를 보고 “필요 없다”면서 굳이 스탠드형 강대상 앞에 두 다리로 서서 말하길 원했다. 93분 동안 그는 허리를 곧추 세운 자세로 끊김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지난 11일 장신대 역사박물관이 주최한 ‘역사와의 대화 - 방지일 증경총회장과의 만남’이란 주제 강연에서였다. 이날 오후 7시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새문안홀에서 열린 강연에는 장신대 교수와 학생 50여명이 참석했다. 방지일 목사는 ‘평양신학교 교수들의 자질과 일화’를 제목으로 평양신학교 시절과 중국선교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1911년 5월 22일 평북 선천 출신인 방 목사는 한국교회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올해로 목사 안수를 받은 지 74년. 그는 평양숭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평양대부흥운동의 중심지였던 장대현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했다. 1937년 평양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중국 산둥성 선교사로 파송돼 21년 간 중국에서 선교했다.

“중국선교할 당시 미국의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와서 제게 물었어요. 어떻게 해서 중국인들의 마음에 들어갔느냐? 그래서 제가 말해줬지요. 저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눴을 뿐이라고요. 공산 치하에서도 저는 중국인들과 같이 밥먹고, 일했어요. 그곳에 선교사는 나밖에 없었는데, 중국 형제들의 사랑을 참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지금도 성경공부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으며, 선교를 위해서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 5월엔 한달 반 가량 미국 중부와 동부 한인 교회를 돌며 설교를 전하는 한편, 9월 말에는 한국교회선교 백주년을 맞아 7박 8일간 중국 산둥지역을 돌아다니며 중국선교 현장을 살폈다.

“이번에 중국에 가서 보니 어느 중국인 집에 제 사진이 걸려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기뻤지요. 누가 물었어요. 어떻게 된 것이냐고.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 ‘단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고 말해줬습니다.”

이런 그에게 후배 목회자들은 ‘위대한 선배이자 스승, 지도자’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장신대 김철영 교수는 “방지일 목사님을 통해 하나님의 경륜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돼 감사하다”고 전했다. 강연을 마친 그가 강단에서 내려오자 장신대 교수와 학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립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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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