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4S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팀 쿡 최고경영자(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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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현지시간)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아이폰 신제품 행사는 스티브 잡스가 지병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후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첫 시험대에 오른 팀 쿡은 프레젠테이션(PT)의 달인 잡스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투자자들과 고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 새 CEO 팀 쿡, 시험대 올랐으나 "기대 충족 못시켜"
잡스 사임 이후 업계와 시장의 스포트라이트가 일단 팀 쿡으로 옮겨간 상태여서 쿡의 입장에서 이번 행사는 일종의 '시험대'였다고 할 수 있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쿡이 애플 신제품에 대한 새로운 최종 판매책임자로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전임 CEO 잡스는 사임 직전까지 애플의 주요 프레젠테이션(PT) 담당자로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혁신적인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터틀넥셔츠와 청바지, 운동화차림으로 기조발표자로 직접 나서 카리스마 넘치는 PT로 참석자들과 이를 라이브로 지켜보는 전세계 애플 팬보이(광팬)들을 사로 잡았다.
신제품 발표회장도 샌프란시스코 시내 모스콘웨스트, 예르바부웨이나센터 등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장을 선택, 대대적인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팀 쿡은 이번 행사 장소로 2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본사 강당을 택했으며, 전세계 애플 팬보이(광팬)들을 깨어있게 했던 인터넷 실시간 중계도 하지 않았다.
팀 쿡 본인도 행사 앞부분에 20분간 총괄적인 기조연설과 행사 마지막에 짧막한 정리 코멘트만 담당하는 등 이전의 이른바 '잡스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잡스와 달리 아이클라우드, iOS, 아이폰 등 주요제품과 서비스 소개는 필 쉴러 수석부사장 등 임원들에게 맡겼다. 잡스의 환상적인 PT에 익숙해져 있는 일부 팬보이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이 같은 애플의 변화에 다소 실망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팀 쿡은 행사 끝 부분에 연단에 올라 "애플만이 이처럼 강력한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함께 만들 수 있다. 애플과 이를 만들어 내는 애플 직원들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으나 투자자들과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2% 부족했다는 평이다.
◇ "아이폰5도, 잡스도 없었다"
애플의 신제품 행사 때는 항상 당초 알려진 것을 넘어서는 이른바 '깜짝쇼'가 있었다.
이번에도 일각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애플TV 등이 소개될 수 있다는 등 그럴듯한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발표전 언론이 추측했던 예상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다.
오히려 기존 제품보다 얇아지는 대신 더 커진 화면을 가진 것으로 기대됐던 아이폰5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카메오 출연을 통해 건재를 과시할 것으로 기대됐던 잡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이날 행사 직후 "애플이 아이폰4S로 감동을 주지 못했다(Apple Underwhelms With iPhone 4S)"는 제목으로 아이폰4S 발표 소식을 보도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인터넷판도 "기대했던 아이폰5가 발표되지 않고 스티브 잡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애플의 주가는 행사 직후 4.5%나 하락했다.
BGC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콜린 길스는 "최신 기종이 출시되면 항상 이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 기종(아이폰4S)은 이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