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은 말 그대로 기업처럼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의료기관이다.
의료기관이 주식회사처럼 상법상 법인 자격을 얻어 외부의 민간자본이 유입될 수 있고 결산 시 투자자에게 이윤을 배당한다.
영리병원이 '투자자 소유 병원(investor owned hospital)'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성격 때문이다.
반면에 비영리병원은 영리병원처럼 수익사업으로 돈을 벌지만 잉여금이 생기면 어떤 경우에도 배당을 해선 안 되고 인건비, 시설투자, 연구비 등 병원의 설립목적에 맞도록 써야 한다는 점에서 영리병원과 구분된다.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구분은 영리 추구행위 자체가 아니라 병원의 영업으로 얻은 이익을 배당하느냐 여부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하고 영리병원을 법으로 금지해 왔다.
의료기관의 개설 요건을 명시한 의료법 제33조 2항은 의료인 및 비영리법인만 병원을 설립하도록 한정한다.
즉 의사 자격을 가진 개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법인 외엔 병원을 개설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도 있는데 별도로 비영리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삼성의료원과 현대아산병원이 각각 비영리 법인인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세운 것이 그 예다.
설립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는 영리병원은 일반 회사처럼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 이윤이 남으면 주주에 배당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법인 의료기관','영리 의료법인' 등 다양한 명칭과 혼용되는 것도 이런 설립·운용 방식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비영리화가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이긴 하지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56%(1천117곳)인 개인병원과 소규모 의원급 의료기관(2만7천여곳)의 대부분이 사실상 영리병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개인이 소유한 병·의원은 이윤이 개인(병원장)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이윤의 용처는 개인의 판단에 따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영리병원 도입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면서다.
외환위기 이후였던 당시 인천, 광양 등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이 자본을 더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이들이 이곳에 사는데 필요한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법 23조를 보면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 안에 외국인만을 치료하는 영리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의 투자와 입주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내국인을 진료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외국인 전용병원을 세우겠다는 외국인 투자자는 없었다.
외국인 투자 유치가 급선무인 재정경제부는 외국인 전용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런 내용으로 2004년 말 법이 개정됐다.
이어 2007년 12월 경제자유구역 안에 영리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주체를 외국인에서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상법상 법인'으로 확대했다.
이로써 국내 비영리 의료법인이 외국인 자본과 합작해 국내 외국인 법인을 만들어 경제자유구역에 영리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데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보조적인 유인책으로 출발한 영리의료법인 설립에 관한 규제는 '외국인이 투자한 외국인 전용병원→외국인이 투자한 내·외국인 병원→국내 의료법인 참여가능'으로 점점 완화된 셈이다.
2006년 2월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법에도 경제자유구역법의 외국인 영리병원 허용 조항이 준용됐다.
이처럼 제도상으로는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을 설립하는데 장애물이 없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영리병원을 세우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송도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서 과연 이윤을 남길 수 있겠느냐는 국내외 투자자의 의구심 때문이다.
이처럼 제한된 조건에서 이윤을 남기려면 외국인 환자뿐 아니라 내국인 환자도 받아야 하는데 한국은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 가입자고 의료 수준이 선진국 수준이라는 특수한 의료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되는 항목을 다루자니 이윤이 적을 테고 비급여 대상만 선택적으로 치료하자니 국내병원과의 의료기술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내국인이 거리가 먼 영리병원을 찾을 이유가 없다.
이에 따라 영리병원 도입에 찬성하는 쪽은 장기적으로 영리병원을 경제자유구역에만 묶어두지 말고 투자자 제한도 더 완화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더 나아가 영리병원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료기관이나 약국 등은 별도의 신청이나 지정절차 없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이 되는 제도)도 해제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뜨거운 감자' 영리병원이란
이익 배당 여부가 구별 핵심;IMF 뒤 외국인투자 유치 위해 도입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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