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사업 현장에서 열린 '평택 주한미군 기지' 조성공사 기공식 모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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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부가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 중 한국 측 부담액을 축소 발표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의 비밀 외교전문을 통해 28일 드러났다.
또 주한미군 기지이전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준 돈을 미국이 기지이전 비용에 전용하는 것을 양해하고도 국회나 국민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주한 미대사관의 2007년 4월2일자 서울발 전문은 한국 국방부가 같은 해 3월20일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 가운데 거의 절반을 한국 부담분으로 발표했지만 주한미군은 한국이 그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부담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전문은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따른 한국의 분담금에서 사용되는 부분과 민자투자(BTL)를 포함할 경우 미군기지 이전 비용의 한국 몫 부담은 전체의 약 93%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체 미군기지 이전 비용 추정액 96억 달러 중 한국 부담액에 대해 주한미군은 89억8천만 달러로, 한국 국방부는 50억 달러로 각각 추산한다고 적었다.
또 양측 추산액 간에 나는 39억8천만 달러의 `차이'는 한국 정부가 한국 측 부담액에 방위비 분담금 전용분과 BTL을 포함하지 않은 반면 미 측은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전문은 분석했다. 전문은 그러나 한국 측이 왜 이런 방식의 계산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이와 관련해 전문 끝 부분의 `논평(comment)'에서 "앞으로 몇 달 안에 (미군기지 이전) 건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 국민이 (한국 측 부담에 관해) 아는 바와 실제 간에 나는 큰 차이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주한미군과 미대사관은 한국 국방부가 자세한 정보를 국회에 알리고 그런 입장이 한미동맹에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도록 권고했다"면서 "그러나 국방부는 아직까지 `심판의 날'(day of reckoning)을 계속 미뤄왔다"고 부연했다.
전문은 이와 함께 `(주한 미군기지 이전 관련) 2004년 한미 간 합의 때 기지 재배치 비용에 한국이 내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전용될 것이라는 데 대해 양국 정부 사이에 양해(understanding)를 했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국회와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도 기록했다.
한미 양국은 당시 합의한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경기 북부 일대의 주한미군 2사단과 서울 용산기지 등의 미군 부대들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이전 비용의 `원인 제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용산기지 이전 비용은 한국이, 2사단 이전 비용은 미국 측이 각각 부담키로 했다.
미국 측은 연합방위력 증강을 명목으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운영을 위해 지불한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상당액을 집행하지 않고 미 연방은행에 예치한 채 2사단 이전 비용에 쓰겠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문제제기가 빗발치자 한국 국회는 2007년 3월 `방위비 분담금이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 전용되는 상황을 고쳐라'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자 정부는 미 측과 관련 논의를 추진했지만 미국은 아직도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