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목적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책임 의식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고 그에 따른 행동 양식을 통해서 그것이 진정한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영화 <신이 보낸 사람> 김진무 감독의 말 中

지난 달 28일 저녁 7시 30분, 필름포럼 주최로 '신이 보낸 사람'의 김진무 감독과 배우 김인권이 참여한 씨네 토크가 열렸다. 영화 상영 후 진행된 이날 씨네 토크는 영화의 관심도를 나타내주듯, 보통의 금요일의 행사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이 찾았다.

영화는 오프닝 씬 부터 '처참함'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북한이라는 사회에서 행해지는 악랄한 고문은 아무리 영화이지만, 도저히 눈을 뜨고 보기가 힘든 그런 장면들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김진무 감독이 처음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동기는, 그는 한 선교 단체를 통해 북한 지하 교회에 대한 이야기(교인들이 숨어서 예배 드리는 자료 영상들)와 공개 처형 장면들을 보게 됐는데, 이것이 그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것을 보며, 눈물도 많이 흘렸고 그래서 그는 이것을 영화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물론, 그가 어떤 부담감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또 처음에 그는 이 영화가 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일년 간, 탈북자 분들과 지하 교회에서 선교하시는 분들, 그리고 북한 인권 전문가를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뷰를 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러다 영화사 대표는 어떤 편향된 시각이 아닌, 영화 자체를 놓고서 감동을 받게 됐고 영화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씨네 토크에서 사회자는 김인권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힘들지 않았냐라고 물었다. 김인권은 "감독님을 뵙고, 이것이 실화라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무겁게 느껴졌다"며 "제가 코믹한 배우인데, 촬영 중 역시나 장난을 쳤지만 그러나 그에 대한 감독님의 반응에 첫 날, 이 영화는 다르구나라고 느꼈다"라고 답했다.

기독교인들이 많이 참여한 것이 의도적이었는지에 대해 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 했던 제1 원칙은 '균형'이었다"며 "진중권 교수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저희 영화에 대해 언급했던 것이 인권에 좌·우가 없다. 그리고 동시에 크리스천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 땅을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그리고 어떤 연대적인 책임 의식 같은 것들을 고쳐야 되는 차원에서 어떤 한쪽 진영의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만들어져서는 안된다는 게 제1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에 여러 캐릭터들이 나온다"며 "체제를 신봉하는 체제주의자로서 분대장 역할도 나오고, 자본주의에 찌들어버린 현실주의자도 나오고, 신앙의 절개를 끝까지 지키는 할머니도 나온다. 그리고 주철호 캐릭터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트라우마 때문에 신앙적인 갈등과 그 사이에서의 딜레마를 겪고 있는 입체적인 인물, 자기 아내에 대한 어떤 슬픔 때문에 결국 변절할 수 밖에 없었던 나약한 인간의 모습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나온다"고 했다.

김 감독은 또 "이 영화가 팩트냐, 아니냐에 사람들이 많이 집중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리얼리즘이란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의 인물들을 통해서 어떤 몽타주를 그려내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야 진정한 리얼리즘으로서 관객들에게 여러가지 시각으로 이해하고 바로보게끔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시선적인 견지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탈북자들을 대할 때 범하게 되는 오류가 두 가지가 있다라고 했다. 그는 "탈북자들과 인권 단체들이 우려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며 "첫째로 그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고 그리고 한국에서 북한을 다루는 장르 영화들로 인해 감상적으로 빠져들게 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감상적으로 빠져들게 되면 본질을 잃어버리거나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저는 크리스천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이 바라보실 때, 저런 강제적인 체재 아래 놓인 인간 군상들의 모습과 그리고 자본주의에 찌들어서 병 들어 버린, 양적으로 팽창해 버린 한국 교계의 현실을 놓고서 보실 때 과연 어떤 모습을 더 슬프게 바라보실까라는 반문을 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 그는 거울 보기를 하게 됐고, 그래서 그것이 영화 안에서 "남 조선이 가나안 땅입니까"라고 묻는 질문으로 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주철호 연기를 하며 캐릭터에 잘 동화 되던가라는 질문에 대해 김인권은 "제가 하는 일이 영화 속의 캐릭터를 살아있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인물을 살려야 되는데, 제가 살아온 경험으로는 도저히 살릴 수가 없어서 다 긁어 모았다"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주철호의 모습이 '성장 영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철호 스스로가 자신의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안고 메시아가 되고자 하고, 사람들을 이끌고 나의 힘으로 구출할 수 있다고 믿지만, 결국에는 탄압 받는 현실에서 기독교의 '자기 부정'을 하게 되는데 이런 부분에서 성장 영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씨네 토크에서는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이 있었다.

한 관객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실제의 비디오 영상을 보여주는데, 폭력의 과잉이 아닌가하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 살아있는 것이 지옥인 현실에 대해 답을 못하겠다"며 "마지막 장면에 아이가 나오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는데, 어떤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한국의 전통적인 기복주의 신앙과 미국의 성공주의 신앙이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한국 교계에 그것이 깊숙하게, 양적으로만 팽창해버린 한국 교계의 어떤 슬픈 자화상을 만들어냈었던 하나의 요인이라고 본다"라며 "이 영화는 어찌보면 그것과 반대의 지점에 있는 영화다. 모두가 죽었고 결국에는 어린 아이 하나만 살아았고 그 가운데서 희망은 있는가라는 점에 대해 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질문을 하는 것이다"라고 역으로 질문하듯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라며 "크리스천의 삶이라는 것은 성공도 없고 실패도 없다. 진정한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영화 안에서 그것이 어떤 희망으로 표현되느냐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 영화의 목적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책임 의식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고 그에 따른 행동 양식을 통해서 그것이 진정한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며 "때문에 제가 항상 무대 인사를 드릴 때 하는 말이 있다.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목도할 수 있는 관객 여러분들의 용기가 진정한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연인 신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장면이 가장 좋았던 이유는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라는 것을 삽입을 하신 것 같아서였기 때문"이라며 또 "'신이 보낸 사람'이라 함은 주철호를 말하는 것인지, 나온 사람들 모두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여러분들이 신이 보낸 사람이 되어주실 수 있습니까라는 역설적인 질문이기도 하다"라고 답했다.

이 영화는 원래 '사도'라는 제목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주철호 캐릭터를 보며 '베드로'라는 인물에 집중했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기적과 이적을 행하고, 또 터프한 그런 모습을 보여주던 사람이 예수님이 잡혀가셨을 때 닭이 울기 전에 세번을 부인하게 된다. 인간적인 두려움에 휩싸여 과오를 범하게 되지만, 예수님은 그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결국에는, 패잔병의 신세로 다시 어업을 하고 있는데, 나타나셔서 넌 날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시고 그때 베드로의 고백이 주님 당신만이 아십니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철호에게 베드로의 이런 인간적인 딜레마를 넣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점에 있어서 김 감독은 하나님에 대해 표현하는 회화적이거나 영화적인 메타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빛과 불'을 영화에 등장시켰다. 영화를 보면, 죽은 용석이가 가지고 있는 라이터의 불빛이 철호에게 보이게 되고 마지막에 철호는 미소를 보이게 되는데, 이런 부분이 성장통으로서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사도로서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주철호를 신이 보낸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관객들에게 신이 보낸 사람이 되어주십쇼라고 하는 마음도 있는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질문을 계속적으로 하시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런 담론이 북한의 지하 교회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객의 질문에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을 것이라고 보여지는, 용석이가 왜 갑자기 예수님의 가면을 쓰고 나타났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용서할께"라는 말을 하고 죽는데, 그 장면이 굉장히 어렵게 다가왔다며 누구를, 어떻게 용서한다는 것인지에 대해 질문이 나왔다.

김 감독은 "제 개인적인 바램은 이해가 되느냐, 안되느냐 보다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인상이 중요해지는 게 있다. 어떤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것에 반응하기를 바라는 장면들이 있다"며 "용석이가 나오는 장면이 저에게는 그런 장면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땅에 예수님을 가져다 놓고 싶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예수님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이 뭐가 있을까에 대해 기도도 해보고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해봤다고 했다. 그러나 판타지적인 것으로 표현되지 않기를 그는 바랬고, 리얼리즘 영화이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그러다가 인간의 모습을 가지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 가장 낮은 모습으로 말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이라는 점을 생각했고 '가장 낮은 자'라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며 "강제적인 체제 아래 있는 북한 지하 교회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가장 낮은 자가 과연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이에, 반쯤 모자라 보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캐릭터성으로 표현됐을 때 이미지의 감각적인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용서해줄께"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었던 마을 사람들 등 체제 안에서 그렇게 순응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나약한 인간들 모두에게 용서한다라고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면서 "또, 영화를 정면으로 찍었는데 이는 관객들을 향해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연대적인 책임 의식, 자신들에 대한 반성적인 성찰을 촉구하는 의미에서의 말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그는 전했다.

이날 씨네 토크에서 김 감독은 김인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 김인권을 택하게 됐나라는 질문에 대해 "김인권 선배가 했던 연기를 보면, 항상 슬픔과 인간애가 담겨 있는 코미디를 해왔다. 저런 감동들을 어떻게 자아낼 수 있지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어렴풋이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김인권 선배는 리얼리즘 영화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하셨던 분이고 코미디 배우로 오인되는 게 저는 너무 싫었다. 연기적인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배우라는 것에 대해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고 말하며 김인권에 대한 큰 애정을 드러냈다.

관객의 질문을 통해 '찬송가'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보통 영화에서 찬송가가 나오면 매치가 좀 안된다는 느낌이 들고는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찬송가가 비극의 시발점이 되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찬송가가 잘 표현된 것 같다라는 질문이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기독교 진영의 영화에서 찬송가가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과잉' 때문이다. 기독교적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BGM으로 찬송가를 들이밀듯 깔아버린다거나 하기 때문이다. 영화적인 면에서 그건 아닌 것 같다"라며 "그래서 찬송가가 쓰여야한다면 지하 교인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만들면서 내러티브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동기 부여로서 비극의 시작이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아주 직접적으로 타고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 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말했다.

"이 영화를 좋게 보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보수적인 어르신 분은 뭐, 이렇게 까지 잔인하게 만들었어라고 비판하실 분도 있을 것이고, 기독교 영화라고 욕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저는 그런 담론들을 통해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었다. 이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한 영화적인 비판은 언제나 받을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해줘라. 북한을 위해서 단 1분 이나마 기도해 달라."

한편, '신이 보낸 사람'은 스위스 제네바 UN 인권이사회 상영 결정에 이어 영국 국회에서도 상영이 확정됐다. 자유와 인권이 유린된 북한 지하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의 참혹한 현실을 그린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지난 달 13일 개봉해 현재 누적 관객수 35만명을 돌파하며 조용한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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