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됨'을 말한다지만, 정말 하나 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부활절예배 이야기다. '연합'이라는 단어는 자주 사용되지만, 진정한 의미의 부활절연합예배는 현재 사라진 상태다.
교단 중심 준비위 '2014년 한국교회 부활절 준비기도회'
먼저 '2014년 한국교회 부활절 준비위원회'(상임대표대회장 장종현, 이하 준비위)가 3일(월) 오전 11시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2014년 한국교회 부활절 준비기도회"를 개최했다.
조경열 목사(공동준비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1부 발대식에서는 장종현 목사가 인사하고, 한영훈 목사(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와 김영주 총무(NCCK)가 축사했다.
장종현 목사는 이 날 행사에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부활절 예배 준비를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발대식이며 각 지역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는 자리"라고 했다. 그는 "부활절 예배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만이 한국교회와 이 민족의 희망이란 사실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영훈 목사는 "부활절 예배를 통해 한국교회 전체가 부활의 생명으로 하나되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영주 목사는 "(부활절연합예배는) 우리가 아닌 선배들이 시작했다"고 말하고, "그들의 고뇌와 고통, 양보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세웅 목사(예성 총회장)의 인도로 열린 기도회에서는 박동일 목사(기장 총회장)가 기도하고, 김동엽 목사(예장통합 총회장)가 "부르심의 한 소망"(엡4:1~6)이란 주제로 설교했다.
김동엽 목사는 설교를 통해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정말 예배되어야 한다면, 하나님께 영광이 될 수 있도록 하나되어서 드려지는 예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와 다른 모습도 인정하는 것이 하나님 앞에 인정받는 예배"라며 "하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모든 교단이 모여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린다면, 연합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겸손과 온유로, 하나되어서 예배 드리자"고 권했다. 그는 "함께 힘을 모아 복음을 증거해야지, 복음을 가로막는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면서 "하나님께서는 갈라지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고 했다.
또 "전통을 가진 교회들이 하나되어 복음 전하기를 원하신다"면서 "부활절 연합예배는 함께 모여 부활을 소망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 날 기도회 기도를 통해 하나되는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온 세상의 교회를 위한 성령임재 청원기도"(임석영) "한국교회의 갱신 그리고 참된 친교를 위한 기도"(손인웅)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도"(구자우) "이 모든 것을 품는 2014년 부활절을 위한 기도"(박영길)를 함께 드렸으며, 고창곤 목사(예장대신 전 총회장)의 축도로 행사는 마무리 됐다.
'연합' 부르짖지만 요원한 '부활절연합예배'
그러나 김동엽 목사는 설교를 통해 '연합'을 주창 했지만, 이번 해 부활절예배는 준비위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이하 한기총)가 따로 드린다.
준비위가 사실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 회원교단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그동안 잘 지켜져왔던 NCCK와 한기총 연합의 부활절 예배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원래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는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위원회' 주관으로 행사가 치뤄졌으며, 2006년부터는 한기총과 NCCK가 공동주최는 방식으로 번갈아 개최해 왔다.
그러나 2011년 한기총 사태로 말미암아 2012년 부활절 예배는 분열됐다. 한기총 내홍이 계속되자 일부 '교단 연합'이 부활절연합예배를 따로 드린다고 선언했고, 한기총 역시 부활절 예배를 별개로 드린다고 했다.
이 현상이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고, 올해는 한기총을 탈퇴한 국내 최대 교단 예장합동 총회(총회장 안명환)가 자신들 역시 부활절 예배를 개별적으로 드리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부활절 '연합' 예배는 사라지고, 사분오열 갈라진 모습 그대로 예배는 진행될 예정이다.
사실 부활절연합예배가 깨지고 현재의 모습으로 갈라진 것은, 각 단체 지도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고 상호 조건없는 포용을 이뤄내지 못한 측면이 크다.
교계 한 중진은 "당장 분열의 뒷배경까지 다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적어도 좋은 의미의 행사는 함께 한다는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을 때 성도들은 안심하고 선교도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떨어진 대사회적인 신뢰도가 회복될 것"이라 했다.
한편 준비위는 "생명의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눅 18:13)라는 주제 표어와 누가복음 18장 9~14절을 주제 성구로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오는 4월 20일(주일) 새벽 5시에 드린다. 준비위는 "하나되지 못한 역사를 부끄럽게 여기며 '주님, 불쌍히 여기소서' 하는 심정으로 이번 부활절연합예배의 자리 가운데로 나아왔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