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 모인 남북 이산가족들은 21일 오전 9시 개별상봉을 시작으로 이틀째 만남을 이어갔다.
남쪽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80명과 동반가족 56명, 북쪽 가족 170여 명은 숙소에서 진행된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단체상봉 등 세 차례에 걸쳐 6시간 동안 상봉했다.
과거에는 행사 둘째 날 '야외상봉'이 있었지만, 금강산에 폭설이 내린 탓에 실내 단체상봉으로 대체됐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전날에 이어 고향산천, 가족 등을 대화의 소재로 삼아 못다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우리측 이산가족들이 주로 건넨 선물들은 북측에서 인기가 높은 초코파이, 대일밴드, 샴푸 등 생필품에 한라봉·사과, 치약, 칫솔, 신발, 오리털 잠바 등도 있었다.
일부 남측 가족은 북한에서 인기가 높은 초코파이를 16박스나 준비해 전달했고, 북측 가족들은 남측가족들에 밥상보, 스카프, 백두산 들쭉술, 대평곡주, 평양수 등을 선물했다.
60여년만에 여동생을 만난 김세린(85) 할아버지는 개별 상봉이 끝나자 호텔 복도까지 나와 "어디가니, 또 보자, 이다 점심 같이 먹는 거 아니니. 이따보자"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김용자(68·여) 씨는 작년 추석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고 심장병을 얻어 수술을 받은 직후 숨진 어머니 서정숙(당시 90세) 씨를 대신해 어릴 적 헤어진 동생 영실(67·여) 씨를 만나 어머니 영정사진을 보며 같이 오열했다.
강원 강릉에서 온 김동빈(80) 할아버지는 부산까지 가서 장만한 오리털 잠바를 북측에 있는 누나 등에게 건넸다.
또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즉석에서 풀어 건네주는 등 북녘의 가족들을 상대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부 북측 이산가족은 남측 가족들이 대일 밴드 등을 전달하자 "오징어 가루를 바르면 되는데 이런 것 필요없다"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시작된 개별상봉은 오전 11시 30분께 종료됐고,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어 공동 중식 장소인 금강산 호텔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행사장에는 대하, 편육, 빵, 포도주, 인삼주 등이 차려져 있었고, 남북선원 최영철(61)의 형 최선득(71)할아버지 등 일부 남측 이산가족들은 북측 안내원들의 안내를 받았다.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 때는 42년 만에 눈물의 상봉을 한 납북어부 박양수(58) 씨와 동생 양곤(52) 씨가 40도짜리 '평양술'로 '러브샷'을 하고 접시에 서로 음식을 덜어주며 형제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양곤 씨는 취재진에 "다시는 만나지 못할 형님을 보게 됐으니 얼마나 좋습니까"라며 "이번에 몸이 안 좋아서 같이 오지 못한 누님이 북쪽의 형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게 형님 사진을 많이 찍어 보도해달라"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해 전날 구급차에서 가족과 상봉한 김섬경(91) 할아버지와 홍신자(84) 할머니는 건강이 악화해 이날 개별상봉을 마치고 남쪽으로 귀환했다.
구급차로 금강산을 출발하기 직전 홍 할머니의 북쪽 여동생 영옥(82) 씨는 차 안에서 다른 이산가족들보다 먼저 작별의 시간을 가지면서 "통일될 때까지만 기다려줘…언니, 나 기쁜 마음으로 간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들을 태운 구급차는 낮 12시 30분께 금강산을 출발해 오후 1시 10분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동해선 출입사무소를 거쳐 귀환했다.
구급차 상봉을 한 이산가족에 앞서 이날 아침 외금강 호텔 부근에서 제설작업 중 낙상 사고를 당한 한국도로공사 이 모 씨는 현지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고 구급차 편으로 귀환했다.
이산가족들은 행사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9시 금강산호텔에서 1시간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3일간의 짧은 만남을 마감하고 오후 1시께 귀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