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복음주의 지도자가 러시아를 향해 "스스로에게 가족적 가치의 투사(champion)라는 이미지를 입히려 한다"며 비판을 가했다. 러시아가 최근 반동성애법 제정과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나라에서 자국 아동을 입양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일면 친가족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가치의 수호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남침례교(SBC)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ERLC) 대표 러셀 무어 목사는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 수년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권이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에게 가족적 가치에 대해서 '훈계'하려는 소리를 들어 왔지만 나는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어 목사는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이 친가족적 가치관을 따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피가 끓는 듯하다"며 격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나는 러시아처럼 극심한 낙태율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지지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러시아처럼 고아원이 어린이들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로 이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도 지지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무어 목사는 현재 러시아에서 두 아들들을 입양해 그들을 양육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2년 미국인이 러시아의 아동을 입양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으며, 지난 주에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어 있는 모든 나라에서 자국 아동을 입양하는 것 역시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무어 목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는 자국민이 고아들을 입양하도록 권하고 지지하는 어떤 정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나이가 들어서 성인이 되면 아무런 지원 없이 길로 나와야 하며 매춘이나 약물 중독, 심지어는 자살이라는 위험에 노출된다. 이러한 것이 친가족적 가치라고 말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기독교인들은 어떤 것이 진정한 친가족주의적 가치인가에 대해서 잘 판단해야 한다며, "단지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나쁘다고 생각하니까 국가의 힘을 써서 이런 자들을 내쫓아버리겠다'고 말하는 것은 기독교 윤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무어 목사는 "성경은 기독교 윤리를 유지하라고 KGB 같은 단체를 만들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성경은 우리에게 성령의 검, 즉 하나님의 말씀을 주신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러시아가 시리아의 바시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것 또한 함께 비판했다. 아사드 정권은 민간인에 대한 화학 대량살상무기 사용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무어 목사는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은 누구를 지원하고 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시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어린이들을 학살하는 정권이 있다. 이것 역시 친가족적 가치라고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무어 목사는 러시아정교회에 러시아 정부의 반인권적 정책들을 묵인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정교회의 영웅적인 인물들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러시아정교회는 종종 정부 정책에 협력해 왔다"며, "어느 정부든 정치적 목적으로 기독교적 용어를 사용하는 일은 나는 우려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기독교의 언어를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단지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 기독교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이해 없이 언어만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