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사망자와 100여명의 부상자를 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가 인재였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진술과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측이 붕괴사고 4일전에 경주시로부터의 "눈을 치워달라"는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수사본부(본부장 배봉길 경북경찰청 차장)은 20일 경주시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사고 4일 전 마우나오션리조트에 전화를 걸어 제설 요청을 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경주시 문화관광과 관광개발계 김경화 주무관은 "폭설로 비상이 걸려 리조트 측에 전화로 '눈이 많이 오니 치워달라.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요구했다"며 "관련 공문은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광개발계는 마우나관광단지 개발·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그러나 마우나리조트 측은 경찰조사에서 "체육관 지붕 등의 눈을 치우지 못했다"고 진술해 경주시의 요청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시는 지난 13일 지역에 9.5~75㎝의 폭설이 내리자 각종 건축물과 노후 주택, 축사 등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연락을 했다.
특히 지난 10∼12일 경주·울산에서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과 똑같이 철골구조물 설계공법(PEB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 잇따라 붕괴한 터라 시는 더욱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경주시는 지난 10일에도 6~33㎝의 폭설이 내려 붕괴위험 건축물의 소유자들에게 제설을 요청했으나 연락 명부에 마우나오션리조트를 누락했다.
붕괴 사고가 난 지난 17일 경주지역에는 50~70㎝의 폭설이 내렸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 관계자 등은 "건물 구조상 하중에 취약한 체육관이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수사본부는 사고가 난 17일 시설안전관리 등을 담당하는 리조트 직원이 현장에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을 밝혀내고 관계자들에게 당시 상황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리조트, 이벤트업체, 시공업체, 경주시 등의 관계자 40여명을 상대로 업무상과실 및 부실시공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시설안전관리 등을 담당하는 리조트 직원이 현장에 단 1명도 없었던 이유를 캐묻고 있다.
리조트 레저사업소의 직원 10명은 기계·전기통신·시설안전관리 등을 맡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확보한 자료 분석 및 관련자 조사를 통해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사고 원인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는 지난 17일 오후 9시11분께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동대산 기슭의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구조로 이뤄진 2층 체육관 건물의 지붕이 지붕에 쌓인 눈의 문게를 견디지 못하고 갑자기 붕괴되면서 일어났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는 일반 콘크리드보다 눈의 하중에 약하다. 체육관을 관리하는 리조트 측은 제설도 하지않은 채 행사를 진행했다.
지붕 위에 쌓인 눈을 치웠더라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단 게 경찰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장에 있던 대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체육관 건물이 붕괴되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채 안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입생 환영회에 참석한 학생 10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