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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이나 다름없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집트 동북부 국경지대에서 성지순례 중 폭탄 테러를 당한 충북 진천중앙교회 신도 15명은 당시 상황을 기억하며 고통스러워했다. 이역만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9시40분께 진천중앙교회에 도착한 1진 15명은 앞서 예배를 하며 기다리던 다른 성도 100여 명 사이를 지나 故 김홍열(63·여)씨 분향소로 바로 갔다.

성지순례단을 대표해 기자 회견을 한 임정순(49·여)씨는 "버스 중간 쯤 앉아 있었는데 가이드가 짐을 챙기라고 해서 중간 문으로 내리려는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 지붕과 창문과 다 날아갔다"며 "처음엔 폭탄이 터진 줄도 몰랐다"며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더듬었다.

그는 "천장도 무너졌는데 총소리가 연이어 났다. TV에서 보는 것 같은 교전 소리였다. 안 되겠다 싶어 두 아들에게 엎드리라고 하는 순간 버스 앞쪽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뛰어갔다"고 말했다.

임씨는 "버스에서 100m 쯤 떨어진 곳에서 울고 있었는데 큰 아들이 다친 사람들을 옮기고 있었다"며 "근처에 보건소 같은 건물이 있어 뛰어가면서도 총알에 맞을까 두려웠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임씨는 8년 동안 간호사로 근무하다 지난달 말 사표를 내고 첫 국외 여행으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임씨는 "교감을 나눴던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것에 죄책감과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그분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자꾸 나서 억지로 잠을 자기도 했다"고 심적 고통이 심했음을 털어놨다.

현장에서 시신을 살피고 파편이 박힌 부상자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던 그는 부상자를 이집트 샤를엘세이크병원에 두고 이스라엘로 건너가서는 부상자 걱정에 잠도 이루지 못했다.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은 사람들도 폭발 소리에 청각 이상 증세를 보이는 등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우려했다.

이날 오후 5시42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임씨 등 먼저 귀국한 15명은 분향소에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씨와 함께 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흐느낌 속에 분향을 마친 이들은 다른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집도한 이익상 원로목사는 "예기치 않은 큰 시련을 잘 극복하도록 하자"고 용기를 북돋웠다.

교회 장로인 박승구 사고대책위원장은 "유족을 위로하고 장례를 인도해 주소서. 온 성도가 한마음이 되도록 하나님이 인도해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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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폭탄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