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동북부에서 버스 폭탄 테러를 당한 충북 진천중앙교회 교인 가운데 부상 정도가 경미하거나 피해를 입지 않은 일행 15명이 19일 그리운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철환·김금주·이어진(가족), 임정순·신성환·신성덕(가족), 차기호·김복례(부부), 노순영·유인숙(부부), 구성출, 유재태, 박일수, 신양선, 이경숙씨 일행은 이날 오후 5시42분께 터키항공 TK090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일반 승객이 먼저 내린 뒤 착륙 20여분만에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일행은 겉으론 평온하면서도 당시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은 "입이 바싹 말라 말이 안나온다"며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응하지 않고 따로 마련된 건강 검진 장소로 향했다.
건진 대기장소에 앉아 있던 차기호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일행들의 건강은 양호한 편이다. 걱정해준 국민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진천으로 돌아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차씨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뻥 하는 굉음이 크게 났다"며 "그 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밖에 나가려고 하는데 차 밖에서 교전하는 듯한 총소리가 들렸다"다고 전했다.
차씨는 "교인들이 침착하게 대처했고 현지 영사관에서도 많은 지원해줘서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현지에 남아있는 부상자들의 상태에 대해서는 "같은 병원에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고 상태가 양호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유재태씨는 "외교부와 현지인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감사하다"면서 "(테러)당시 상황은 떠올리는 것만해도 너무 힘든 상태"라고 토로했다.
입국 검진에서는 대다수가 어지럼증과 어깨결림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일부는 폭발음으로 인한 청각 이상이 의심되기도 했다.
진천군은 여행사가 지원한 45인승 버스와 구급차를 배치하고 유영훈 군수가 공항에 나와 일행을 맞이했다.
이후 진천중앙교회에 도착한 교인들은 고(故) 김홍열씨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성도들과 테러 피해자들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박승구 장로는 "교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성지순례를 진행하던 중 (테러를 당하는) 고통에 처했다"며 "이런 어려움 속에서 함께 예배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귀국하지 못한 환자가 잘 귀국할 수 있도록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들은 예배를 마친 뒤 가족들과 함께 모두 귀가했다.
이날 임정순(50)씨는 피해자를 대표해서 테러 당시 상황 등을 설명했다.
임씨는 "다친 사람을 응급치료하면서 (앞에서 몸으로 폭탄을 막았던 가이드 제진수씨 등) 숨진 사람들을 봤는데 너무 처참할 정도였다. 앞쪽에 누군가 막지 않았으면 이 정도의 상황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숨진 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고, 죄책감 마저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현재까지 귀국하지 못한 15명의 신도는 모두 20일 귀국한다.
사고수습반 1명과 부상자 13명은 카이로에서 출발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거쳐 20일 오전 11시 35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부상 정도가 덜한 2명과 수습반 1명은 베이징을 거치는 항공편을 이용해 같은 날 오후 1시 55분께 귀국한다.
또 테러 현장에서 숨진 이 교회 신도 김홍열씨, 현지 가이드 제진수씨, 국내에서 동행한 가이드 김진규씨 등 3명의 시신은 21일 오후 4시 24분 인천공항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운구에는 유족 3명과 여행사 관계자 1명이 함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