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밤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의 체육관이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한 학생 10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쳤다.
최초 붕괴 시간을 놓고 소방당국과 학교 측의 주장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지붕이 무너지기 시작한 지 '10초' 만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학생 100여명을 덮쳤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17일 오후 9시7분께 리조트 내 1200여㎡의 부지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체육관의 지붕이 앞쪽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조립식 건물이었던 체육관은 '10초' 만에 완전히 붕괴됐다.
생존자와 주변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체육관 안에는 560여명의 학생이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하고 있었으며 지붕이 무너질 당시에는 80~100여명이 남아 있었다.
사고 직후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 대학본부 2층에 사고대책본부를 마련하고 현황파악에 나섰다.
경북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사고수습 실무반을 편성해 24시간 가동에 들어갔다.
이성한 경찰청장도 서울 서대문구 본청에 나와 총괄지휘를 맡았다. 경찰병력을 최대한 지원하라는 지시도 나왔다. 서울에서 사고 현장을 지켜보던 유정복 행안부 장관은 18일 오전 12시48분께 경주 사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신고 접수를 한 뒤 곧바로 현장에 도착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리조트가 해발 500m에 위치한 데다 리조트로 들어가는 도로에 제설작업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30분가량 지난 오후 10시30분께 부산외대 학생 14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데 안도하는 것도 잠시.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후 11시21분께 3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부상자도 꾸준히 늘어났다. 자정을 넘기면서 사망자의 신원이 확인되기 시작한 가운데 부상자도 계속 늘어났다. 18일 오전 12시30분께 붕괴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4명으로 집계됐다. 중상자 15명 등 부상자도 70명을 넘어섰다.
10여분이 지난 12시45분께에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가 6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20여분이 지난 오전 1시13분께 사망자는 8명으로 집계됐다. 지붕 붕괴가 무대 쪽에서 시작된 관계로 그 근처에 사망자들이 집중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색작업은 18일 오전 5시께까지 계속됐지만 더 이상의 사망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더 늘어난 부상자들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만이 3시간 넘게 전해질 뿐이었다.
오전 5시5분께 사망자가 1명 더 늘었다. 40분이 지난 오전 5시45분께에 또 한명의 사망자가 추가됐다. 같은 시각 부상자는 103명으로 집계됐다. 1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대 3명까지 매몰돼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18일 오전 9시께 마우나 리조트를 운영하는 코오롱측의 공식 사과가 나왔다. 코오롱은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엎드려 사죄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참사와 관련해 교육부는 오전 7시20분 '사고대책본부'를 마련해 각 대학에게 외부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부산외대는 18일 오전 10시 남산동 캠퍼스 도서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는 일반 콘크리드보다 눈의 하중에 약하다. 게다가 체육관을 관리하는 리조트 측은 제설도 하지않은 채 행사를 진행했다.
지붕 위에 쌓인 눈을 치웠더라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단 게 경찰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장에 있던 대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체육관 건물이 붕괴되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채 안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도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라고 입을 모은다.
조용직 도로교통공단 사고분석처 과장은 "도로 제설작업만 제때 이뤄졌어도 구조대의 접근이 보다 용이했을 것"이라면서 "해당 관리청이 (폭설에도) 무방비 상태로 놔뒀는 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형수 대한건축사협회 국장은 "사고 건물의 부실 시공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유지·관리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는 18일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와 관련, 정부를 향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정부는 사고현장 수습에 만전을 기해주시길 바란다. 단 1명의 매몰자도 남아있지 않도록 확인, 또 확인해달라"며 "부상자들이 신속한 치료를 받고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당국이 노력해주길 바란다"면서도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이 돼가는데 참으로 심각하고 중대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그 중 어느 것 하나를 말하면 다른 것들은 덜 중요한 일처럼 될까봐 걱정이 되는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정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고 각종 다중이용시설물의 안전점검과 재발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폭설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시설위험 상태점검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논평에서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전형적인 인재"라며 "관계당국은 철저하게 조사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앞으로는 이런 아픔이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있는데 학교 당국과 관계기관은 조속한 치유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토건주의가 만들어낸 우리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근본적으로 쇄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