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의 부상자를 낸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현장에서 한 학과 학생회장이 탈출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후배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숨진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8일 부산외대 미얀마어과와 유가족에 따르면 미얀마어과 학회장인 양성호씨(25·4학년)는 17일 행사 시작과 함께 체육관 천장이 무너지자마자 창문을 깨고 주변에 있는 신입생에게 "뛰어"라는 말과 함께 대피했다.
뒷문이 잠겨 우왕좌왕하는 사이 학생들이 창문을 깨고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아비규환 상태가 됐다.
후배와 함께 사고현장을 벗어난 양씨는 몇몇 후배들이 보이지 않자 다시 사고현장으로 들어갔다.
현장에 있던 한 학생에 따르면 양씨는 탈출에 성공한 후배들을 안정시킨 뒤 무너진 철골 틈으로 들어가 입구에 있는 학생들에게 "뛰어, 조금만 버텨"라고 외치며 필사적으로 구출을 시도했다.
후배들을 구하러 구하러 갔던 양씨는 몇 분만에 철골 구조물이 내려앉으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고 사고 발생 몇 시간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양씨의 시신이 안치된 부산침례병원 장례식장에는 유가족과 친구들의 오열로 가득찼다.
미얀마어과 신입생 김선형(19)씨 아버지는 "학과 교수님으로부터 양씨가 다시 사고현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양씨 시신은 부산침례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될 예정이다.
해병대 출신인 양씨는 복학한 후 미얀마어과 학생회장을 맡아 이날도 신입생을 인솔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양씨의 주변 사람들은 해병대 출신인 그가 평소 의협심이 강하고 정의로웠다고 입을 모았다.
양씨가 행사에 참석하기 직전까지 함께 있었다는 신성민씨(28·남)는 "양씨는 길을 지나다가도 싸움이 벌어진 상황을 마주하면 절대 지나치지 않고 약자 편에서 도와줄 정도로 정의로웠다"고 전했다.
양씨는 부산 용당여성의용소방대장인 하계순(52)씨의 1남 1녀 중 장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하씨는 2000년 남부 여성의용소방대원으로 입대해 14년간 남부소방서 관내의 각종 재난현장을 지킨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연말에 소방방재청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비보를 접하고 장례식장에 급히 달려온 하씨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열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에 네티즌들은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제대로 꽃 피우지 못한 청춘들이 너무 아프네요",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얼마나 부모님들이 마음이 애통할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