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외인 투자자들이 최근 한국 시장에서 자본을 빼내가고 있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볼때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을 확률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고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자본의 급격한 유출로부터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은행들의 외환선물 포지션 한도 설정, 외국인들의 채권보유에 대한 과세제도 재도입, 은행들의 외화 차입에 대한 과세 등의 일련의 조치를 취해왔다고 전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단기 외채를 억제하는데 효과를 발휘했지만 자본시장 개방과 높은 수출 의존도 때문에 글로벌 자본 흐름에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FT는 풀이했다.
유럽 채무 위기가 확대되고 미국 경제가 급속히 둔화되면서 한국 원화 가치는 8월 1일 이후 달러 대비 9% 하락했고 증시도 15%나 떨어졌다.
이런 움직임들은 자본이탈 우려를 촉발하고 원화를 지탱하기 위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외인 투자자들이 최근 몇주동안 고조되는 리스크 회피 심리에 따라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계속 자금을 빼내가고 있으며 한국과 대만 증시가 지난주 외국 자본의 유출로 가장 심하게 타격을 입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FT는 이어 "외인 투자자들이 유럽과 미국발 악재에 과잉 반응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이 한국 자산 보유에 민감한 이유가 있다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은행들은 외환 유동성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럽 은행들의 도매 금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외환 보유고는 2008년말 2천억 달러에서 3천100억 달러로 높아졌으나 단기 외채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의 신용경색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증시의 30% 이상을 점하는 대규모 외인 투자자들의 존재는 글로벌 금융대란이 발생할 경우 국내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킨다고 FT는 강조했다.
이 신문은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한국의 강력한 경상수지 흑자와 넉넉한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한국은 펀더멘털 면에서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아시아에서 가장 낮다"면서 "그러나 개방된 자본시장으로 인해 단기 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유럽의 부채위기가 악화되고 미국의 성장이 둔화돼 한국의 올해 성장이 잠식당한다 하더라도 내년에는 원화 약세가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약세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글로벌 경제가 더블딥 침체에 빠질 경우 처음에는 한국에 큰 충격을 주겠지만 내년도에는 원화 약세가 유가 하락과 맞물리면서 한국을 V자 회복에 올라서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