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지난 해 12월 논의한, 서울광장에서의 특정 종교 상징물이나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결의에 대하여 '행정지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교편향'을 하지 않고, 이를 방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그 진정성에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해 마다 서울 시청 앞에는 성탄절을 맞아 성탄트리가 세워졌었다. 여기에 십자가를 표시하는 문제로 불교계가 매년마다 '종교편향'을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반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종교편향'의 비난은 기독교가 받을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각종 재정 지원과 온갖 행정 편의를 받고 있는 특정 종교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종교편향'이 단순히 종교 상징물만 나타내지 않으면 되는 것일까? 서울시는 해 마다 불교의 석가탄신일과 연등제를 위하여 막대한 재정을 시비(市費)에서 지원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서울시와 조계종이 '조계사 주변 성역화'를 위해서 3,500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에 업무협약을 맺기도 하였다. 이는 이미 현 박원순 시장이 시장 후보 시절에 약속한 것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장이 되기 전까지 조계종 산하 봉은사 미래위원회 위원장과 봉은사 신도회 지도위원을 맡아 불교계와 특별한 인연을 맺어왔고, 그래서 불교계 중요 인사로 구분된다. 박 시장은 시장 후보 시절 불교계가 보낸 질의에서, 연등회, 템플스테이, 불교문화재 복원 및 유지/보수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도 있다.
이런 박원순 시장이 기독교에서는 기껏해야 성탄절에 서울 시청 앞에 잠깐 동안 '성탄트리'를 설치하는 것을 무의미(십자가 없는 기독교 상징물이 되도록)하게 할 수 있는 이런 결의를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종교 편향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불교계는 석탄일이 되면 서울 시내 곳곳에 상당부분을 연등으로 오랫동안 뒤덮고, 연등제가 열리면 서울 시내 중요 도로를 차단하고, 불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시청 광장 한 켠에 세워지는 성탄트리는 시민들에게 전혀 불편함을 주지 않을뿐더러, 종교적 편향의 시비 거리도 되지 않는다.
서울시가 서울시 안에서 진정으로 '종교편향'의 불씨를 남기지 않으려면, 연등행사, 불교 재정 지원, 시내 도로변의 연등 게첨 등 모두 불허해야 한다. 그럴 용기와 결단이 없다면, 기독교의 성탄트리에 십자가 다는 것을, 일부에서 논란거리로 삼는 것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종교편향'의 전형이 될 수 있다.
현재 특정 종교계에서 주장하는 '종교편향' 시비는 '미봉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확고하고도 분명한 기준과, 종교 행사는 기본적으로 그 종교 자체의 협력과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보여야 한다.
앞으로 서울시가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결의를 인정하는 '행정지도'를 해 나갈 경우, 박원순 시장은 서울 시민 가운데 30%가 넘는 기독교인들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이럴 경우 종교편향에 앞장서는 인상을 남길 것이고, 서울시장으로써의 자격 논란에도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그런 미흡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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