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난타'가 올해 총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다. 난타의 제작자 송승환(47) 피엠시 프로덕션 대표 역시 감회가 새롭다. 그는 탤런트, 영화배우, MC 그리고 이제는 연극제작자까지 그 직함만큼이나 미래를 향한 변신을 거듭해왔다.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평가받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난타'. 하지만 송 대표의 도전은 그곳에서 시작됐고 협소한 국내시장의 돌파구를 해외로 눈을 돌려 찾았다.
우리 연극이 당면한 자본의 열세, 언어의 문제를 '난타'라는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소재의 비언어 연극으로 돌파해 그동안 49개국 286개 도시 순회공연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또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서울의 난타 전용극장은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1997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초연한 '난타'는 그동안 49개국 286개 도시에서 2만 8,500여 차례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100만 명이 관람했기에 올 7∼8월쯤이면 총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난타'를 공연하는 전용관만도 서울 명동과 충정로, 제주, 태국 방콕 등 네 곳. 올해는 1,000만 명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주목할 것은 송 대표만의 성공만이 아니라 난타의 성공기가 우리 문화산업 전체로 확산할 수 있느냐이다.
이 점에서 송 대표는 "한국의 이미지, 더구나 문화이미지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낮다. 한국 하면 떠올리는 것은 고작 판문점 정도다. 이렇게 국가이미지가 낮아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붙은 우리 제품을 세계시장에 팔아먹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국가이미지 마케팅, 국가 브랜드화에 소홀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원자재가 없는 나라에서 문화산업만큼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산업은 없다"고 밝히는 송 대표의 '문화중심론'을 강조한다.
송 대표는 "문화상품을 갖고 해외에 팔아보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장애물이 많았다"면서 "첫째, 자본의 규모였다. 해외로 나가자면 세계적인 프로모터에게 이를 팔아야 하고, 전제는 경쟁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당시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품의 평균 제작비는 120억 원 정도로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우리의 7억과는 완성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극복할 방법이 떠올랐다. 브로드웨이의 아무리 돈 많은 사람이라도 나보다 한국이나 동양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둘째, 언어였다. 비행기로 한국을 1시간만 벗어나도 한국어가 가지는 언어로서의 효용가치는 없었다. 대사를 통해 스토리를 전달해야 재미도 기쁨도 슬픔도 줄 텐데 한국말로 어디에 가서 공연할 수 있겠나. 그래서 생각한 것이 언어 없는 연극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었다.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소재로 비언어 연극을 만들자, 이것이 '난타'를 만든 배경이었다. 한국적인 것을 생각하니 사물놀이가 떠올랐다. 연주가 아닌 드라마로 생활주변에서 북을 두드릴 공간을 생각하니 부엌이 적격이었다. 세트를 주방으로 하고 등장인물을 요리사로 해 에피소드를 꾸미고 사물놀이 리듬으로 두들겨보면 재미있는 연극이 될 것 같았다. 김치를 굿거리로, 파를 자진모리장단으로 썰고 마늘을 휘모리장단으로 찧어 보자, 이렇게 첫 연습을 시작했고 6개월 정도 긴 연습과정을 거쳐 97년 호암아트홀에서 첫 막이 올랐다.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막을 올리고 나니 놀라웠고 뜨거웠다. 관객은 이런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서울과 지방 공연을 끝내고 나니 배우와 스텝들이 해외로 가자고 외쳤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해외 수출용으로 한다고 공언해왔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대표는 수많은 공연과 경험을 통해 '난타 전용극장'을 기획하게 됐다.
그는 "(우선)난타를 1년 내내 전용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에 오는 관광객들이 특히 밤에 구경할 거리가 없다는 것에 착안해 마케팅 타켓을 외국인 관광객으로 잡았다. 수많은 여행사와 일본으로도 출장을 가서 난타의 비디오 테이프을 보여주고 포스터를 배포했다. 처음 시작할 때 외국인 좌석점유율은 5% 정도였으나 올해에는 90%를 상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역시)문화산업이 중요하다. 원자재와 공장이 필요 없다. 양파와 식칼만 있으면 된다. 원자재가 없는 나라에서 문화산업은 무궁무진할 가능성이 있는 산업이다. 아직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한국 드라마가 히트를 한 대만에서는 이곳에 진출하고 있는 부엌가구 회사가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한다. 드라마를 제일 많이 보는 층이 주부들이고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아파트의 실내 소파와 주방가구가 너무 멋있다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렇게 문화산업은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생력이 엄청나다"면서 문화사업의 잠재성과 경쟁력에 거듭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