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개신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는 현재 크게 3개의 기관으로 나눠져 있다. 먼저 진보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가 있고 보수 성향의 연합기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그리고 여기서 갈라진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한영훈 목사)이 그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연합기구 구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BS기독교방송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지난 3~10일까지 21개 주요 교단 총회장과 연합단체 대표(교회협, 한기총, 한교연 등 해당기관 제외)들을 대상으로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와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11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먼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진보·보수 연합기구가 각각 따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76.1%, 찬성 의견이 19%였다. 대부분 교계 지도자들은 진보와 보수 연합기구가 따로 구성돼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반대 측은 "성경대로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진보와 보수가 갈라질 이유가 없다. 진보연합, 보수연합의 출발점이 다를지라도 앞으로 하나가 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생각은 달라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교회의 위신(신뢰도)가 더 추락하기 때문" 등의 이유를 밝혔고, 찬성 측은 "진보와 보수는 이념이나 사고가 서로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라며 연합과 일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대부분의 교계 지도자들은 진보·보수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압도적(85.7%)인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한 마디로 교회를 진보와 보수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하나로 보고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연합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교계 지도자들은 보수권(한기총, 한교연)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기총과 한교연 재통합돼야 한다는 질문에 찬성 의견이 76.1%에 달했다. 반대 의견은 19%였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연합만이 살길이다", "두 연합의 뿌리는 결국 하나다", "보수가 개인의 명예욕 때문에 갈라서서 연합이 안 된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라며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일각에서 추진되다 주춤하고 있는 제4의 연합기구 추진 움직임에는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제4의 연합기구 설립에 대해서는 필요없다(95.2%)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필요하다는 응답은 제4의 기구를 추진하는 예장합동총회만이 찬성입장(4.7%)을 보였다.
반대하는 측은 "불필요한 집단이 될 수 밖에 없다", "욕심이 문제다", "자기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교회의 공공성과 교회 본래 사명인 선교·봉사와 상관없는 기구", "신뢰하기 어렵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공교단 중심의 연합운동 재편이 필요하다는 응답 역시 필요하다(71.4%)는 답변이, 필요없다(19%)는 답변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재편 필요성에 관해선 "NCCK, 한기총, 한교연이 기득권 우월성을 내려놓고 명함기구로서 진보 보수를 내려놓고, 모든 일에 진보는 있으며 둘이 함께 발전해야한다", "현재로서는 분열된 한국교회의 재편성이 필요하고 참신하고 정직한 지도자가 앞장 서 한국기독교를 되살려 놓아야 한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주요 교단장들과 연합기관장들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교회연합운동을 통해 한국교회가 하나돼야 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때문에 복음주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교단 중심의 연합운동 재편논의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