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 대표회장마다 '연합과 화합'을 기치(旗幟)로 내걸며 출발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한영훈 목사)이 시작부터 엇박자다.
한교연이 애국단체총협의회(애총협)과 '3·1절 기념예배 및 국민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 발단이 됐다. 10일 한영훈 대표회장이 취임예배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회를 언급했고 이것이 한기총에 전해지면서 다음날 한기총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11일 오전 10시 30분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5층 한기총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한기총은 "한교연 한영훈 목사가 삼일절 행사를 애총협과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 보도는 아주 잘못된 보도였다"며 포문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한기총 명예회장 이승렬 목사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은 공동상임대표가 이상훈 전 장관과 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으로 돼 있는 단체"라며 "이번 3.1절 대회도 애총협과 한기총 주관으로 열기로 12월에 합의했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과정이다. 작년 6.25대회도 서울광장에서 공동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애총협 이상훈 대표는 한교연이 어떤 단체인지도 모르고 한영훈 목사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집행위원장 박정수 장로를 누가 찾아왔다"며 "박 장로는 이미 한기총과 국민대회를 하기로 약속이 돼 있어서 한기총 사람으로 착각했는데 한기총 사람이 아니었다. 박정수 집행위원장이 연합사업에 밝지 못하고 내막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교연에 누군가 간교한 사람이 박정수 집행위원장님에게 접근해서 한기총과 어울려서 하는 것처럼 한 것 같다. 박정수 위원장이 전광훈 목사가 찾아와 한기총 WCC 대책위원장이라 하니 착각을 하고 인원동원 한다고 하니 해보시오 한 것이다"며 "애총협 쪽에서 성명을 낼 것이다. 또한 이상훈 전 장관이 한기총과 하는 것이 원칙이며 어떤 연합기구와도 할 수 없다는 쐐기를 박는 기자회견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반부쯤 등장한 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은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은 (보수단체들도) 산발이 돼있으니 총연합회를 하나 만들자 해서 작년에 만든 것이다"면서 "진보세력이라든가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싸울 때 효율적이다고 해서 발기인대회를 했고 제가 발기위원이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회장은 "그 다음에 작년 6.25 국민대회가 첫 대회였고, 작년 12월에 3.1절 대회를 하자고 했고 올해 8.15 대회도 하자고 했다"며 "20일 전에도 여의도에서 만나 삼일절 행사를 위한 준비는 잘 되고 있냐고 대화하며 우리는 공문 다 보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명예회장 하태초 장로는 "한기총 임원들이 한교연과 같이 '합하자'고 하고 3~6개월 1년도 좋다. 최대한 1년까지도 기다려준다며 몇 번씩 결의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한영훈 목사가 이 얘기를 해서 기사화 된 것은 한국교회가 하나 되기 바라지 않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한기총 서기인 황덕광 목사는 "한교연을 끌어안으려고 했는데 원위치로 오지 않는다면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없다"며 "한교연과 합하려고 하는 한기총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 한기총과 성도를 기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한기총의 반발에 애총협과 함께 3.1절 국민대회 행사를 담당하는 한교연 관계자는 "한기총과 추진이 안됐다고 알았지, 됐다고 했으면 우리가 왜 하겠느냐"고 반문하고, "그렇잖아도 (한교연 내) 반대여론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 많았다"며 "3.1절 예배에 대해서 우리는 다르게 할 것이다. 소속 교단들과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교연은 금명(今明) 간 회의를 통해 3.1절 행사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기총과 한교연 간 이같은 논쟁과 관련해 기독교학술원 원장인 김영한 박사는 "불행한 일이다"며 "지도자는 말조심을 해야 하고 상대방을 상하게 하는 것은 피차간에 삼가 해야 한다. 서로를 인정하면서 존중하고, 감정적인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