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2일 오전 10시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북한의 제안으로 차관급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고위급 당국 회담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12월 마지막 장관급 회담 이후 7년 만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 역할을 해온 이산가족 상봉 합의에 이어 고위급 접촉까지 전격적으로 성사되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우리 측에서는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수석대표로 청와대와 통일부 배광복 회담기획본부장, 국방부 관계자가 참여하고 북측은 원동연 통일 전선부 부부장이 북측 단장으로 회담에 나선다.
북측은 특히 이번 접촉에 이례적으로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가장 최근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린 것은 2007년 12월28~29일 개성에서 열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추진위원회 제1차 회의로, 당시 청와대 백종천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이 수석대표로 참여했고 박송남 국토환경보호상이 단장으로 회담에 나섰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고위급 접촉은 다음 단계(공식적 당국회담)로 가기 위한 성격은 아니며 과거 1990년대 초반에 있었던 고위급 회담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사전에 정해진 의제는 없으나, 오는 20~25일 열리는 이산상봉의 원활한 진행과 상봉 정례화, 남북관계 전반 주요 관심사항에 대해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에서는 이산상봉의 원활한 진행과 상봉 정례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비핵화가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 취소를 요구하고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대북 경제제재 조치인 5·24조치 해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북측은 지난 8일 판문점 채널을 통해 국방위원회 명의의 전통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내 "남북관계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며 고위급 접촉을 제의해왔다.
남북은 이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수차례 의견을 교환했으며 우리 정부는 협의를 거쳐 이날 오후 최종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사전에 의제 조율을 위한 물리적 시간도 없었으며 비밀접촉도 없었다"며 "정해진 의제 없이 서로 의제를 준비해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11일 공개 강연에서 "(상봉합의가 이행되고) 다음 단계에서 약속한 대로 잘 지키면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며, 남북협력의 범위가 넓어지고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