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천억원대 대출 사기에 연루된 KT ENS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1개 업체와 인천 부평구 청천동의 한 건물에 입주해 있는 5개 업체 등 KT ENS 협력업체 6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이곳 협력업체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부당 대출 서류와 컴퓨터 파일 등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08년 5월부터 최근까지 KT ENS 직원 김모(51)씨와 짜고 100여 차례에 걸쳐 시중은행 3곳 등 16개 은행권으로부터 2800억원을 부당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부당 대출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김씨에게 매달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5000여만원과 외제차량과 국산 소형차를 리스 형태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들이 김씨의 도움으로 KT ENS에 휴대폰 등을 납품한 것처럼 허위로 매출채권을 발생시켜 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 같은 수법으로 시중은행 3곳과 저축은행 13곳 등 16곳에서 2300억원을 대출 받았다는 김씨 진술을 확보했다. 업체들은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금을 갚는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대출 잔액은 2800억원이며, 조사가 진행될수록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은행 7곳을 조사했고 나머지 은행에 대한 조사를 해보면 사기 대출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해액은 조사가 진행될수록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김씨는 관련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지만 김씨와 공모한 6개 협력업체 대표들은 2명을 제외하고 모두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한 상태다.
현재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추정하고 있는 N사 대표 전모(49)씨는 금감원의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 3일 홍콩으로 출국했으며 다른 3명도 소재가 불분명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잠적 3명에 대한 체포영장과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명은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다른 1명은 12일 출석할 예정이지만 홍콩으로 출국한 전씨와 나머지 3명은 소재가 불분명하다"면서 "검거팀을 통해 핵심인물들에 대한 신병확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