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북미에서 처음 제시된 '선교적 교회' 개념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북미 기독공동체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소개돼 5~6년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필요성과 당위성, 방향을 논하기에 앞서 개념조차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여기서 말하는 선교, 교회 등의 용어에 대한 인식 전환과 개념 정립부터 요청된다. 선교신문은 한국교회의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교적 교회'의 개념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기 위해 '선교적 교회와 하나님 나라 선교'에 대한 기획을 연재한다.(편집자)
하나님 나라 공동체들의 새로운 존재양식
인사이더스선교회 대표이자 아시아전방개척선교협의회·학회(AFMI/ASFM) 코디네이터인 김요한 선교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복음전도의 관점에서 볼 때, 자신들이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하는 크리스텐덤 가운데 속한 사람들과 그들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 나머지 자신이 속한 사회 내에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로 구성된 공동체가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등 크게 셋으로 나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 시대에도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사마리아인, 그리고 이방인들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었던 것과 유사하다"며 "예수님의 선교전략은 분명 내부자운동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방인 상태에서 예수를 만나 하나님 나라에 속하거나 유대인 상태에서 예수를 만나서 하나님 나라에 속하게 됐는데, 이방인, 유대인은 오늘날에서는 이들이 타고난 종족, 종교, 문화, 사회공동체적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김 선교사는 "유대인, 믿는 자들은 언제나 이방인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려면 유대인이 먼저 돼야 한다고 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과 바울, 초대교회의 사역으로부터 이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는 오늘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아직 크리스텐덤을 경험하지 못한 종족이나 사회 공동체들을 구태여 크리스텐덤 구조 가운데 들어오도록 하는 수고는 아이러니 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대부분은 이슬람, 불교, 힌두교, 신도, 유대교 및 포스트 모더니즘 가운데 살아가는 종족과 사회공동체이다. 굳이 세상과 분리되고 자신의 사회 공동체와 격리된 상태로 세상과 타협한 많은 '명목적 신자'들을 만들 것도, 그들을 다시 세상에 존재하도록 제자훈련을 시킬 것도 없다는 것이다. 김 선교사는 "그것은 이미 크리스텐덤과 크리스텐덤 주변에 살고 있는 지구 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적용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소속하게 된 대부분의 종족들이 이전에는 거의가 정령숭배 및 무속, 부족신앙을 가졌던 자들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하나님 나라의 선교는 이 땅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공동체들의 새로운 존재양식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물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이 땅에 존재하지만, 이 땅에 속하진 않고 하나님 나라에 속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선교사 배치의 불균형, 어떻게 해결하나
하지만 오늘날 선교는 많은 경우 자신의 종교, 사회, 문화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로 초대받는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선교사는 "우리가 행하는 거의 모든 선교사역들은 크리스텐덤 구조 가운데 사람들을 들여와 크리스천을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소위 타문화권 사역을 한다고 하는 현장 사역자들의 사역지 불균형도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사 배치의 불균형을 선교사 재배치 운동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과제이나, 본국의 파송교회들이 선교적 교회론의 이해에 근거하지 않는 이상 문제의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송교회들이 선교사들에게 크리스텐덤 구조적 사역의 확장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온 세계의 복음화 상황을 살펴볼 때 문제해결을 위한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며 "선교적 교회 이슈를 다룰 때에는 '이것도 버리지 말고 저것도 해야 할 것'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둘 다 보전이 된다'는 주님의 말씀을 우리 마음에 담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