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제적인 대형 스포츠 대회에는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응원단, 관광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그래서 많은 선교단체들과 현지 선교사들은 이 기간을 복음 전도의 좋은 기회로 삼아왔다. 오늘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세계인들의 '겨울축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현지 선교사와 선교사 자녀 등이 각국 선수와 응원단,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스포츠 사역을 펼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0년 넘게 태권도 사범으로 스포츠 선교에 앞장서 온 세계스포츠선교회 소속 임국현 선교사는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통역 봉사 등을 하며 사역할 예정이다. 그와 함께 통역, 전도 활동 등에 참여할 자원봉사단은 모스크바 한인 선교사 자녀(MK)들을 중심으로 꾸렸다. 임 선교사는 6일 선교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소치에는 한인 교민이 없다"며 "선교사 자녀들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국제 스포츠 대회에 참여하며 안목을 넓히고, 노방전도 등 선교에 직접 참여하면서 열방을 품게 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치로 가는 길은 폭설로 인해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임국현 선교사와 모스크바 한국인 선교사 자녀 등으로 구성된 자원 봉사자들은 1일 오전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소치까지 차로 45시간을 이동했다.
사진은 크라스노다르 부근. 사진제공=임국현 선교사
소치 내에서는 등록 차량만 다닐 수 있어 임 선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임 선교사의 차로 소치까지 이동했다. 지난 1일 오전 8시 모스크바를 출발해 3일 새벽 2시 소치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42시간이 걸렸다. 소치로 가는 길은 폭설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도로 위는 미끄럽고 양 옆에는 제설된 눈이 산더미처럼 쌓여 설벽이 형성돼 있었다. 이슬람 반군 세력의 테러 위협 때문에 곳곳에서 이뤄진 검문도 까다로웠다고 임 선교사는 말했다. "검문으로 4시간을 기다렸는데 외국인 차라서 빨리 들어갔다"고 그는 말했다.
소치는 인근 국가인 아르메니아, 그루지아 등으로부터 개신교의 영향을 받아 모스크바보다 개신교 교세가 강한 편이다. 모스크바는 복음주의 신자가 2~3% 정도다. 임 선교사는 "소치에 도착해보니 현지인 목회자들이 동계올림픽을 전도의 기회라 여기고 스포츠 선교에 새롭게 관심을 갖고 물어왔다"며 "현지 교회, 목회자들을 통해 사역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현재 올림픽 경기장 주변은 삼엄한 통제로 현지 목회자들조차 종교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별도로 마련된 집회 장소에서는 사전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공연이 가능하다. 과거 세계스포츠선교회는 국제 스포츠 대회 기간 경기장 주변에서 태권도 시범 공연을 하며 대중을 상대로 사역해 왔다. 그러나 임국현 선교사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대중전도는 할 수 없고 길거리를 다니며 개인전도 방식을 사용할 계획"이라며 "전도 배지, 열쇠고리 등 기념품을 만들어 나눠주고 예수님을 설명하고 영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임 선교사는 "테러의 위협에서 벗어나 동계올림픽이 안전하게 끝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며 "대회에 참가하는 88개국 선수들 중에는 복음을 한번도 듣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번 기회에 예수님을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회를 계기로 러시아가 다시 한 번 도약해 세계를 향해 복음을 전하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는 기대도 덧붙였다.
한편 태릉선수촌에서 20년간 사역하며 '선수들의 엄마'로 불리고 있는 윤덕신 목사는 6일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 나눠질 전도용품들은 선수촌 내 기독선수들이 매주 수요일 예배 때 낸 헌금으로 제작됐다"고 말했다. 올해는 배지 5백 개를 임국현 선교사에게 전달했다. 윤 목사는 "기독교를 믿을 수 있는 국가의 선수들에게는 'JESUS LOVE YOU'(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가 적힌 배지를, 기독교를 믿을 수 없는 국가의 선수들에게는 'I LOVE YOU'(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가 적힌 배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86년부터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대회 때마다 현장을 찾아가 32개국에서 스포츠 선교를 펼쳐온 윤 목사는 하계올림픽 대회에만 7차례 사역했다. 그러나 예산 때문에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윤 목사는 기독 선수들의 선전을 위해 한국교회의 기도를 요청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기독 선수는 봅슬레이의 김동현·전정린·서영우, 석영진·오제한·김선옥과 스노보드 김호준, 빙상(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이상화·이승훈, 모글스키 최재우, 스키점프 최흥철 등 1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