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의 숙원인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역사문화관) 사업이 마침내 본 궤도에 올랐다.
역사문화관 건립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할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위원회'는 7일 오후 2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 좌성당 프란시스홀에서 발족 감사예배 및 발족식을 개최하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역사문화관 건립은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기 위한 종합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역사문화관이 설립된다면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한국기독교 관련자료들을 수집·정리·보존·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를 통해 한국기독교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역사의식을 제고해 교회 및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역사문화관 터는 이미 확보된 구리시 갈매동 부지 외에도 접근성 및 상징성 등을 고려한 최적의 부지 를 찾고 있다. 구리시 갈매동 부지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무상 기증키로 했으며 건립위는 동대문성곽공원 안에 있는 감리교단의 동대문교회 터도 염두에 두고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구리시 갈매동 부지로 확정된다면 총 사업비 366억원을 들여 부지 면적 63만1435㎡, 건축 연면적 1만2600㎡.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종교문화시설 건립사업으로 선정돼 정부가 109억8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역사문화관은 연내에 실시설계를 마치고 2015년에 착공해 2017년 완공할 예정이다.
이날 1부 예배는 임희국 장신대 교수(역사신학)가 사회를 맡았으며, 기독경영연구원 이사장인 박래창 장로는 대표기도를 담당했다.
특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인 박종덕 한국구세군 사령관은 '삶의 기록, 역사'(출 17:12~16)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통해 먼저 "역사는 반드시 진실되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교단별·개인별로 박물관을 만들었고 전시회를 열었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 개인과 교단의 의견이 들어갔고, 공정하게 다뤄야 할 부분들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사령관은 "이번 역사문화관 건립은 한국교회 이름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그 가치와 의미가 크다"면서 "가장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한국교회의 역사를 정리하고 함께 배우며 모든 것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고 이번 역사문화관 건림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또 "모든 한국교회가 공감하는 가운데 한 마음으로 역사문화관을 건립하는 것은 이 시대에 요청되는 하나님의 뜻"이라면서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어 생생한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며 하나님의 영광과 승리를 나눌 장소는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박 사령관은 "한국교회 역사는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고생하신 기록이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이 민족을 얼마나 사랑하시고 민족의 고난에 함께 하셨는가를 아는 것이다"며 "우리는 역사를 잘 보존하여 후손들도 하나님이 이 땅에서 어떻게 일하셔는지 알도록 해야 한다. 역사문화관을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이 땅에서 임한 하나님의 능력과 축복, 수고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대한성공회 김근상 의장주교의 축도로 예배를 마치고 김광준 신부의 사회로 2부 발족식을 진행했다.
NCCK 김영주 총무는 개회사에서 역사문화관 건립이야말로 한국교회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무는 "내가 죽은 뒤 후손들이 어떻게 평가할까를 생각하면 인생을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하나님께서 오늘날 우리 기독교를 중심에 세워주셨는데 진실한 마음으로 잘 살아야겠다"면서 "우리는 한국교회의 또 다른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기독교가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힘이 모이면 하나님께서 큰 역사를 이루실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역사문화관 건립위원장을 맡은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역사문화관 건립은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기억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미래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실현해야 할 우리 모두의 사명"이라며 비전선포를 했다.
이영훈 목사는 "기독교는 국난 극복의 주역이며,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이제 역사문화관은 종합문화센터로서 한국 기독교 역사와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기독교 역사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역에 산재한 기독교 역사를 보호함은 물론, 지역에서 기독교 정신을 구현해낼 것이다. 또 역사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주요 지역에 순례자들의 쉼터와 영성 시설을 확보하고, 교회와 지역사회가 더욱 친밀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교계 원로인 영등포교회 방지일 원로목사와 광림교회 김선도 감독, 이만열 장로(숙명여대 명예교수)가 격려사를 전하며 역사문화관 건립을 축하했다.
방지일 목사는 "(역사문화관 건립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너무나 기쁜 일"이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김선도 목사는 "기독교는 역사의 종교이며, 교회는 과거를 회상하는 공동체다. 우리 기독교는 많은 역사적 사건을 일으켰고 많은 유산을 가지고 있다"라며 "한국교회가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있던 차에, 이번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태동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만열 장로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문화유산을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래된 교회를 허물고, 때묻고 오래된 문화를 기피해왔다. 최근 이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지나간 역사를 보존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장관의 축사를 대독한 김용삼 종무실장은 "기독교는 독립운동과 근대화·민주화 등 한국사회 각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지만 한국기독교에 관한 통합적 자료수집이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며 "역사문화관은 시민들과 외국 방문객들에게도 좋은 문화공간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정부에서도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족식에서는 역사문화관 건립위원회 부위원장인 유승훈 목사가 조직 및 인선 발표를 하고, 이영훈 건립위원장이 고문대표 2인과 위원대표 2인에게 위촉장을 증정했다. 기감 제26대 감독회장을 역임한 신경하 감독의 폐회기도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