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애니메이션 제작의 양대산맥인 드림웍스와 디즈니의 작품이 흥행성적에 있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드림웍스가 제작해 지난 2012년 11월 개봉한 '가디언즈'가 107만 명을 모으는데 그친데 비해 지난달 16일 개봉한 디즈니의 '겨울왕국'은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디언즈'는 드림웍스가 4년간 공을 들여 내놓은 야심작으로, 무려 1억4500만 달러(한화 악 1563억 원)를 투입해 산타클로스와 부활절 토끼 버니, 이빨요정 투스, 잠의 요정 샌드맨, 결빙 능력을 가진 잭 프로스트가 악몽의 신 피치에 맞서는 과정을 담았다. 하지만 선악이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에서 성인 관객들이 식상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겨울왕국'은 공주와 왕자의 사랑을 중심에 놓는 대신 엘사와 안나 두 자매를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냈다. 뚜렷한 선악구조를 취하는 대신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자신의 능력이 두려워 왕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엘사와 그런 언니의 비밀을 모른 채 서운함을 느꼈던 안나가 겪는 사건들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만들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추구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도 '겨울왕국'에서는 새롭게 풀이해 관객에게 반전을 줬다. 왕자의 키스로 마법이 풀리고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만이 해피엔딩인 줄 알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법칙을 완벽하게 비튼 셈이다. 강인하고 당찬 공주 안나와 카리스마 있는 여왕 엘사는 어떤 왕자보다 여성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겨울왕국'의 시도는 제대로 적중했다. 마케팅에서도 2030 시스터 시사회를 진행하고, 13세 이상 관객만 입장 가능한 키즈 프리 시사회를 여는 등 성인 관객을 타깃으로 한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관람 고정 층인 가족관객은 물론 성인 여성 관객까지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실제 '겨울왕국'의 예매 관객 비율은 30대 여성이 2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맥스무비 영화연구소 집계) 애니메이션은 보편적으로 아이가 있는 30대와 40대의 비율이 고르게 나타나지만 '겨울왕국'은 40대 여성 관객이 17%로 30대 여성층과 12%포인트의 큰 차이를 보였다. 20대 여성관객 비율도 디즈니의 전작 '라푼젤'이 7%에 머물렀던 데 비해 9%로 소폭 상승했다.
맥스무비는 이에 대해 "이는 10대 시절 디즈니 공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이자 클래식 뮤지컬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향수와 호감이 강한 30대 여성 관객들이 이번 '겨울왕국' 흥행 돌풍의 핵"이라고 분석했다.
캐스팅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북미에서도 크리스 파인, 휴 잭맨, 주드 로, 알렉 볼드윈 등 쟁쟁한 스타들을 기용했던 '가디언즈'는 한국에서도 류승룡, 이제훈, 한혜진, 이종혁, 유해진을 더빙에 캐스팅했다. 이들은 영화의 홍보에도 함께하며 작품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했지만 스타 더빙에 거부감을 가지는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반감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