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장악한 신문사들이 방송까지 장악하고 거기에 직거래 광고시장까지 장악한다면 어떻게 될까. 공상만화나 SF영화에서나 등장할 얘기인데, 실제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문제다.
정부, 여당의원 등과 유착해 종합편성채널을 가져간 조·중·동이 직거래 광고 영업까지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언론노조의 파업과 국회 기자회견, 문방위 간사인 허원제 의원 부산지구당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회에 대해 공정하고 깔끔한 광고시장을 위해 미디어렙법을 제정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미디어랩법 제정에 대해 현재 한나라당 의원들은 꼼수를 부리면서 제정을 미루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실제 국회에서 여야 미디어렙법 논의가 재개됐음에도 현재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은 적극적인데 비해, 여당인 한나라당은 소극적인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야당은 미디어렙법 입법을 위해 반드시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를 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정론관에서 민주당, 전국언론노조, 언론시민단체 등이 ‘한나라당 미디어랩 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발언을 한 우장균 기자협회장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우 회장은 “미디어렙법 입법은 실리와 명분이 있는 법”이라면서 “종합편성 채널 4개사 사장들은 광고 5천억원 수주(총 2조원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광고 시장 규모를 볼 때 나머지 156개 회원사들은 정말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조·중·동 종편이 미디어렙법이 정해지지 않는 틈을 타 광고 영업을 시작한 시점에서 우려를 표명한 발언이었다. 바로 직접 거래 광고 쟁탈전이 심해질수록 지역신문, 풀뿌리 지역신문, 종교방송, 중소 신문사 등의 생존은 벼랑 끝에 몰리게 됨이 분명해진다. 우 회장의 발언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미디어렙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약육강식의 무질서상태가 돼 언론의 공정성과 공공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말 것이라는 경종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미디어랩법 제정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현재 여론의 민심을 거슬리면 반드시 반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한나라당이 미디어렙법 제정에 적극적이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과 총선에서 조·중·동을 이용해 승리하겠다는 ‘정언 유착’의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런 행위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과거 군사독재시대나 있을 법 한 형태를 21세기 정치에도 적용시킨다면 국민의 냉정한 심판이 뒤따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는 우리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 잘 알 수 있다.
특히 지금 많은 지역 언론들이 힘든 살림을 영위해 가고 있다. 거의 적자 상태로 유지한 지역 언론이 허다하다. 바로 이런 지역 언론을 위해서도 공정한 광고 거래 제도인 미디어렙법 제정이 중요하다. 지역 신문이 바로 설 때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형인 조·중·동 광고 직접영업을 계속 방치하면 여당이 중앙 언론에만 관심을 쏟겠다는 의미이고, 지역 언론과 지역민들을 외면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정한 룰로 모든 언론사가 피해를 보지 않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공정한 광고의 규칙을 위해 미디어렙법 제정이 필연적이다. 언론노조나 야당, 언론시민단체 등이 주장하고 있는 미디어렙법 제정에 대해 이제 한나라당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 민주적이고 건설적이고 과학적인 주장이기 때문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미디어렙법이 제정되지 않을 경우, 언론 광고시장은 완전 경쟁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앙언론인 조·종·동 종편만 좋아지고, 힘없는 지역 언론, 중소언론, 종교언론 등은 고사하게 된다. 여론 다양성을 위해서도 미디어렙법을 입법화해야 한다. 언론 바로 세우기를 위해서도,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미디어렙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글ㅣ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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