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위스 양국이 교육 및 경제·과학기술·의약 등의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 앞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중립국인 스위스가 우리나라와 공조하기로 약속했다.
스위스를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오후(현지시간) 베른의 연방재무부청사에서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정치·경제·과학기술·문화·제약분야 등의 양국 관계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을 통해 체결하게 된 12건의 협정 및 양해각서(MOU)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근로자의 상대국 연금보험료 및 고용보험료 납부를 최초 6년간 면제해주는 사회보장협정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치료용 제품 규제관련 협력 MOU ▲산업기술협력 MOU ▲교육협력 MOU ▲외교부 간 협력 MOU ▲기술사업화·공동연구 MOU ▲기술사업화·창업지원 MOU ▲글로벌기술인력양성 MOU ▲스마트그리드협력 MOU ▲에너지효율협력 MOU ▲수출재보험협력 MOU ▲관광협력 MOU 등 11건의 MOU를 체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양국 교육부처 간에 직업교육 협력 MOU를 체결한 데 대해 높이 평가했으며 민간기관 간 협력으로 정밀기계 분야의 학생들이 스위스의 기업현장에서 직업교육을 받게 된 데 대해 환영했다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사회보장협정에 대해서는 "상호 진출기업과 근로자의 부담이 크게 경감돼 양국 간에 투자가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약분야 관련 MOU에 관해서는 정보교환뿐 아니라 전문인력 교류를 위한 협력도 확대할 것을 희망했다.
금융분야와 관련해서는 스위스의 금융산업 경쟁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한국의 금융산업 육성계획에 스위스 금융회사가 관심을 갖고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밖에 한국 국민과 유학생들의 스위스 체류비자 발급이 어렵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개선을 검토해줄 것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창조경제의 든든한 협력파트너가 스위스"라며 이번 회담을 통한 양국 간 실질협력 관계 발전을 기대했다.
스위스 측은 양국 간 교역·투자 확대를 위한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위스가 1953년 이후 중립국감독위원회에 참여한 인연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북한문제도 논의됐다.
박 대통령은 "대북지원의 경험이 풍부한 유럽의 NGO(비정부기구)들, 또 스위스의 개발청이나 NGO들과 우리의 건전한 NGO들이 공동으로 북한 주민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북한이)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하며 이를 위해 양국이 공조해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에 부르크할터 대통령도 "그동안 4자회담이나 6자회담에 여러 가지 지원을 했는데 그러한 주선 역할을 계속할 용의가 있다"며 북한의 변화를 위한 양국 간 공조에 공감을 표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주 수석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을 촉진키로 한 것은 창조경제 추진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튼튼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강소국 스위스와 상호 호혜적 협력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중소기업 지원, 투자부담 경감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채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창조경제에 있어 한국과 스위스 간에 서로 튼튼한 동반자 관계임을 확인한 자리"라며 "양국의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상징하는 MOU가 많이 체결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또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소기업 간에 총 1억7000만달러 규모의 MOU 5건이 체결됐다는 점을 들면서 "위블로(Hublot)라고 하는 스위스의 시계회사는 조그마한 회사이긴 하지만 브랜드가 세계 톱5에 들어가는 굉장히 유명한 브랜드다. 여기에 우리 시계가 부품을 개발하고 납품하는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