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교회는 대형화를 지향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오히려 '작지만 강한 교회', 이른바 '강소형교회'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90개 교회의 목회자 및 사모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제4회 '강소형교회세우기'(Small but Strong Church Buildup) 컨퍼런스가 바로 그것.
이날 컨퍼런스는 강소형교회세우기네트워크(대표 고영수 목사) 주최로 지난해부터 매년 두차례 열려 이번에는 '교회여! 영성으로 위기를 돌파하라!'는 주제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6시까지 경기도 성남 꿈꾸는교회(담임목사 박창환)에서 열렸다.
강사로는 이성희 목사(예장통합)와 이신웅 목사(기성 총회장), 이윤재 목사(기장), 정승룡 목사(기침), 최윤식 박사(예장합동, 미래학) 등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초청돼 작지만 강한 교회를 만들고자 모인 목회자들과 그들 가정에 큰 자극을 주었다.
이날 '새 시대의 영성과 한국교회'란 제목으로 두번째 강연을 맡은 연동교회 이성희 담임목사는 강연 내용을 지난 회에 이어 소개한다.
이성희 목사는 "영국교회 같은 경우는 신학생이 없어 신학교를 폐쇄하고 팔아 버렸다"며 "오래전 영국에 가서 어느 교단 총회장과 얘기를 하며 한국에는 신학생이 넘쳐나니 영어로 잘 교육해서 보내겠다. 보내기까지는 우리가 책임지고 비행기에서 (영국에) 떨어지는 그 순간부터는 당신이 써먹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보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교단(예장 통합)에 얘기했는데 흐지부지 끝나버렸지만,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며 "영어 좀 못해도 괜찮다. 한국 목사님들은 가슴이 뜨거워서 세계 교회 가서 통한다. 이게 세계화시대에 할 작업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목사는 "제가 아는 감리교 목사님은 감신대를 미국 UMC교단 소속된 미국 교회 목사님으로 갔다. 그 목사님이 주일예배때 열심히 설교했는데 한 할머니가 와서 감사하다고 손을 잡으며 '한국말로 해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참 은혜 많이 받았다'고 하더란다"며 "한국 사람들이 영어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얼마나 가슴이 뜨겁냐"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이성희 목사는 "중국선교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불교도 중국을 통해서 들어왔고 천주교도 북경에 가서 천주학을 배워서 들어온다. 우리는 중국을 통해서 모든 게 다 들어온다"며 "중국이 이슬람화되면 큰일이다. 어떻게 하면 중국이 이슬람화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위구르족은 100% 이슬람이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며 "소위 영적 기운의 싸움이다. 엄청난 싸움이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목사는 "최근에 와서 영성사회라고 하는 것은 영화에서도 나타난다. '나니아 연대기'는 1950년대 C.S 루이스의 작품이다. 소설이 영화화된 것이고 톨킨의 '반지의 제왕'도 1950년대 작품이다. 아바타 같은 판타지 영화, 이런 영화들 다 따지고 보면 영성적 영화들이다"며 "왜 최근에 와서 영화로 만들어질까?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얘기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영성을 추구하는데 교회가 사회에 건강한 영성을 제공해주지 못하면 사회는 엉뚱한 영에 붙잡혀 살아가게 된다. 영성을 잡는다고 잡은 것이 엉뚱한 영을 잡게 된다"며 "미국 같은데 보면 최첨단 과학을 자랑하는데 요즘 '좀비'가 나온다"고 했다. 이 목사는 "관심 있게 보면 왜 사회가 변하는가 금방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독교, 영성적·예언자적 기능 균형 이뤄야
사회 정의만 부르짖으면 교회 쇠퇴...교회 안만 들여다보면 '부패'
그러면서 "기독교가 가진 영성도 심도 있게 보셔야 한다. 기독교는 영성적 기능과 예언자적 기능을 갖고 있다. 예언자적 기능은 대사회적 기능으로, 제가 미래 공부를 하는 것도 예언자적 기능을 하기 위해서다"며 "두 기능이 잘 균형을 이루고 보충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흔히 교회사가들이나 역사학자들은 유럽 교회가 왜 쇠퇴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예언자적 기능에 너무 치중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사회 비판만 하고 사회 정의만 부르짖으니 교회가 쇠퇴하더라는 것이다"며 "교회가 어느 시대나 불문하고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되는데 사회적인 관심만 가지게 되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구원'이 아니냐? 구원 없이 사회 얘기만 하고 사회 정의만 부르짖으면 교회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목사는 "사회는 나 몰라라 하면서 교회 안만 자꾸 들여다보면 저절로 부패하게 된다"며 "어느 시대나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는 집단 때문에 문제가 된다. 미국 남부에는 보수적인 집단이 있는데 바이블 벨트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이 기독교계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저는 풀러신학교,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공부했는데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풀러신학교 가니까 신학적인 관점이 저하고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복음적인 사람일수록 인간관계가 까다롭다. 조금만 신앙적인 면이나 성경해석에서 다르면 원수시한다. 그래서 너무 인간적인 갈등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목사는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교는 진보적인 신학교라 대사회적인 관심을 너무 많이 갖는다. 거기서는 동성애자들도 함께 공부하면서 '당신들이 원하는 게 뭐냐?' 이러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풀어나간다"며 "그러니 인간관계가 얼마나 넓겠나 게이도 좋다는데, 신학이 달라도 'OK'라는데... 신학적인 문제는 조금 문제가 있지만 인간관계는 너무 편하다"고 전했다.
'영성(靈性)'이 예수 그리스도와 일체된 삶 살게 만들어 줘야
이 목사는 "두 기능을 잘 조화시켜야 교회가 교회다워진다"며 '영성적 기능'의 중요성을 전했다. 그는 "어거스틴은 영성을 '하나님의 숨결'이라고 했다"며 "일반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일체된 삶'을 살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일체'라는 말이 너무 아름다운 말이다. 일체가 됐다고 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가고 싶은 곳에 내가 가고 예수님께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내가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가 내 속에 계시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설교 시간에 교인들에게도 영성이 뭐냐 전하며 '영성과 잠', '영성과 밥', '영성과 말' 이렇게 설명도 죽 해줬다"며 "정말 잠도 영성적으로 자야 된다. 수도사들 하는 얘기는 '잠을 즐기지 말라'는 거다. 옷을 어떻게 입느냐 하면 성경은 그리스도로 옷 입으라 한다. 내가 입은 옷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야 한다. 보일 수 있도록 입어야 한다는 말이다"고 전했다.
그는 "어느 성도가 밍크코트를 입고 오면 잔소리한다. 일단 밍크코트를 입으면 그리스도가 안보이고 밍크가 보이더라"며 "예수 그리스도가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입어라고 가르친다. 저는 옷을 입는데 넥타이 맨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날 정도다. 특별한 경우에, 안 매면 실례가 안 될 경우에 맨다. 넥타이 대신에 십자가를 왜 하느냐 하면 '십자가를 매고 간다'고 그러잖아요. 누가 봐도 예수 믿는 사람이다고 봐주면 감사하다. 누가 봐도 목산가보다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영성이 삶에서 나타나는 게 도덕성이다. 구체적으로 잠은 어떻게 자야 되느냐 밥은, 말은, 옷은... 구체적으로 교인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며 "교인들은 나가서 매일 교회 안 나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수도사들이 사는 게 얼마나 갑갑하겠냐 하는데 그네들은 들어갈 때 한번 독한 마음먹으면 되는데 우리는 매일 독한 마음을 먹어야 된다. 그러니 더욱 영성적인 삶을 살도록 잘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원, 영성의 물줄기 흘려 보내주는 공급처
이성희 목사는 "저는 영성을 좀 공부하고 싶어서 이집트 사막에 있는 콥틱 수도원에 가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며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덥지만 익숙해지니 그렇게 좋을 수 없다. 밥 먹는 것은 아침·점심·저녁이 달라진 메뉴가 없을 만큼 똑같다. 근데 그렇게 맛있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예전에는 동방교회나 희랍정교회, 콥틱교회 등이 지구상에 생존한다는 것이 참 의심스러웠다. 어떻게 저런 교회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었다. 정교회 사람들 예배 중에 중얼중얼하고 예배가 맥이 없다. 열정이나 파워풀한 것이 없다. 전도도 안 한다. 그런데 수도원에 가서 그 문제를 풀었다"며 "늙은이 수도사와 얘기하는 가운데 '우리는 각 교회에 영성의 물줄기를 흘려 보내준다'는 말을 들었다.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계속 기도하면서 자기들 교회에 영성을 공급해준다는 것이다"고 했다.
이 목사는 "그 얘기를 들으며 개신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헌신하고 장가도 안가고 수도사 되는 것은 못하지만 배울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며 "이런 것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말씀과 기도, 성령 초청하는 두 가지 큰 채널
이 목사는 "말씀과 기도라고 하는 것은 성령을 초청하는 두 가지 큰 채널"이라며 "사도행전 2장 말씀에 기도하는 가운데 성령이 강림하신다. '바람 같은 성령이 온 집안에 가득했고'라는 것은 신학적으로 보면 성령의 보편성을 얘기하고, 이어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각 사람에게 임하더라는 것은 성령의 특수성을 얘기한다. 둘 다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교회가 성령충만하다 하지만 내가 성령충만하지 못하면 말짱 헛거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 같은 성령보다 불같은 성령이 더 중요하다"며 "바람과 불이 함께 만나면 최고다. 불났을 때 바람이 불면 얼마나 잘 타는가? 바람이 안 불면 불이 휙 타다 꺼진다"고 말했다.
또한 "사도행전 11장에 베드로가 고넬료에게 말씀을 전하는데 성령이 강림하신다"며 "그 외에도 많다. 저 같은 경우는 좋은 책을 읽을 때 영성이 풍성해지는 것을 느낀다. 좋은 책을 많이 보고 정리를 잘 해야 된다. 정리를 안 하면 내 것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영성, 그리스도의 이미지로 변해가는 과정
이성희 목사는 "5년 있으면 담임목사를 하고 싶어도 못할 정도로 나이가 차요. 만 66세가 돼서 작년부터는 지하철 공짜로 탄다. 그래서 5년 후의 일이지만 언젠가 연동교회 은퇴할 때 은퇴 설교를 이미 다 만들어 놨다"며 "설교 본문은 바울 사도가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고 한 부분이다. 바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실수했던 사람이고 교회를 핍박했던데 '나같이 살면 됩니다'고 한다. '내가 고별설교를 하면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나같이 사십시요. 그럼 틀림없습니다.' 솔직히 자신 없다. 그렇게 설교 할 수 있도록 살자하는 마음으로 그 설교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울이 실수를 안 해서 그 설교를 했겠습니까?"라며 "여러 가지 많은 과오가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서 진실하게 종으로 살았다는 얘기다. 이게 영성 아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목사는 "정말 마지막 순간에 '나처럼 사십시오' 그 말 하고 싶어서 살아가는 과정이 영성이다"며 "영성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하여 내가 그리스도의 이미지로 변해가는 과정(process)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포스트모던 시대는 영성 시대다. 로버트 위버 등은 '고대 미래'라는 개념을 쓰는데 이 개념은 미래사회는 고대가 가진 패러다임을 그대로 회복한다는 얘기다"며 "고대사회의 패러다임의 핵심은 '신비'이다. 그러면 미래사회의 패러다임 핵심도 신비가 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미래사회 패러다임 핵심 '신비'
그는 "뭔가 모르게 신비한 것을 추구해나가는 것이 미래사회이다"며 "한미준(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에서 '한국교회 미래 리포트'라는 책을 섰는데 한 번도 교회 가보지 않은 청년에게 하루는 교회에 가보고 하루는 절에 가보고 하루는 성당에 가보게 했다. 그러고 나서 '어디 가겠느냐?'고 물어보니 60%는 성당, 30%는 절, 10%가 교회를 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왜 당신은 성당이나 절에 가겠느냐고 물어보면 성당이나 절에 가면 뭔가 엄숙하고 종교를 믿는 분위기가 있는데 교회에 가면 그 분위기가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신비감이 없다는 것이다"며 "천주교 사제들 보면 뭔지 모르게 신비하다. 누가 봐도 신부표가 나고, 외출할 때도 티셔츠 입고 나가는 것 없이 반드시 신부복을 입고 나간다. 추기경이 입은 로브를 보면 발에 안밟힐만큼 길다"고 전했다.
그는 "저는 은퇴할 때까지 가운 안 벗는다고 선포한 사람이다. 가운을 왜 입냐면 신학적으로 말하면 우리의 잘못된 모습을 가린다는 의미인데...목사들은 자꾸 벗어버리는데 가운 벗는 것은 신비감을 벗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개신교는 너무 깊이 생각을 안 하고 자꾸 (그런 쪽으로)몰아가는 것 같다"며 "미래사회는 신비가 삶의 패러다임의 핵심이 되는데 교회가 신비감을 상실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영성의 양극화' 인한 수평이동은 '자연적 현상'
이성희 목사는 또한 '영성의 양극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는 미래 공부 하면서 미래학자들 말도 성경말씀에 근거하지 않으면 써먹지 않았다. 누가 뭐라해도 성령님 말씀하시는 게 중요하다"며 "성경말씀의 '달란트 비유'도 있는 자는 더욱 더 많아져서 풍성하고 없는 자는 있는 것도 빼앗긴다는 애용이다"고 했다.
그는 "마태복음 25장은 종말에 관한 비유인데 '양극화 현상'은 종말적 현상이다"며 "최근에 와서 '경제 양극화', '정보의 양극화' 등 양극화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영성도 양극화된다. 큰 교회는 자꾸 커지고 작은 교회는 자꾸 작아진다. 영성의 양에 따라서 (성도들이) 왔다 갔다 한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한국 기독교인이 1000만명 있으면 수는 안 늘어나는 것 같은데, 수평이동을 한다는 것이다"며 "많은 사람이 수평이동을 반대하고 있는데 저는 정반대이다. 수평이동은 양극화시대에 자연적 현상이다고 본다. 비영성적인 교회에서 영성적 교회로 가는 것이 소위 말하는 '수평이동'이다"고 말했다.
그는 "비영성적인 교회에 가서 껍데기는 그리스도인인데 알맹이 없는 명목상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보다 영성적인 교회에 가서 영성을 채워넣는게 훨씬 더 유익하다"며 "양을 뺏어오는 것은 조장할 수 없지만 흘러들어오는 것 자연적 현상이다. 우리들의 교회를 영성적인 교회로 만들어서 여러분에게 흘러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고 전했다.
이성희 목사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잘 될 걸로 믿는다. 어떤 사람은 '(한국교회가) 구미(歐美·유럽과 미국)교회처럼 쇠퇴하지 않겠는가' 하는데 그들의 심성과 우리 심성은 전혀 다르다. 또한 유럽교회의 쇠퇴에 대한 학습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영성적 교회를 만들어서 영성을 부활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교회의 사명이다 생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