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정전사태가 발생한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모습(자료사진)
|
지난 15일 수요 예측 실패로 초유의 전국적 정전사태를 초래한 주체의 하나인 전력거래소 측이 '전력시장운영규칙'을 어긴 것으로 16일 드러났다.
전력시장운영규칙은 전기사업법에 근거를 두고 전력거래소가 만든 규정을 망라한 일종의 '바이블'이다.
이 규칙의 '경보발령 절차'에 따르면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장은 경보발령 요건 발생 시 전력수급상황 및 경보발령 단계를 작성한 뒤 지경부 장관과 경보발령권자(전력거래소 운영본부장)에게 보고하고 경보를 발령하게 돼있다.
이어 전기사업자, 다시말해 한전과 발전자회사 등에 해당하는 송전, 판매, 발전 사업자에게 이를 통지한다고 규정했다.
규칙은 결국 의사결정 프로세스 상으로 전력거래소가 전력위기에 닥쳤을 때 지경부 장관의 'OK'를 받아 경보를 발령하고 필요한 대응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규칙뿐 아니라 '전력위기' 대응 매뉴얼에는 경보 단계에 따른 대응 조치들이 담겨있는데, 전날 단행된 제한 송전은 예비전력이 100만㎾ 미만이었을 때 가능한 조치였다.
따라서 규칙과 매뉴얼 대로라면 '선(先)조치-후(後)보고'가 아니라 사전 보고에 이은 실행을 택했어야 맞다는 얘기다.
한국전력거래소의 '일일 부하 현황' 그래프.(자료사진)
|
지경부는 이에 대해 전날 배경을 설명하면서는 정확하게 매뉴얼 대로 하지는 못했다고 해명하면서도 이 규칙의 해당 규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지경부 장관에 보고를 명시한 대목은 거론하지 않고는 전력거래소가 지경부와 협의하게 돼있다는 설명만 곁들이면서 그것이 지켜지지 못해 유감이나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이날도 "더 큰 대단위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급박한 상황에서 제한 송전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정황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요 예측이 불러운 위기 초래와 대응 과정에서 지경부가 느슨하게 풀어져 있는 사이 전력거래소가 보고도 없이 순환 정전(단전)을 판단하고, 이에 맞물려 한전이 지역별로 예고도 없이 과도하게 단전 조치를 단행한 데 대해 책임 소재와 경중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시민 불편과 산업계 피해를 낳은 데 대한 들끓는 비판여론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는 정부 당국의 대응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과 추궁뿐 아니라 책임론이 거론될지 주목된다.
최 장관은 전날 서면으로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자료에서 "오늘 전력수급 상황이 급변할 것을 예측하지 못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사전에 예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순환 정전(단전)이라는 불가피한 조치를 하게 됐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